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독일 聯政’ 끌어대는 盧 대통령

鶴山 徐 仁 2005. 10. 8. 10:05
입력 | 2005-10-08 


[사설]몸에 안맞는 ‘독일 聯政’ 끌어대는 盧 대통령

청와대는 그제 여야 국회의원, 대학교수, 언론인 등 3만8000명에게 ‘독일총선 전후 정치분석’이라는 제목의 긴 글을 e메일로 보냈다. 독일에서 보수연합과 좌파정당 간의 대연정(大聯政)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이수혁 현지 대사의 보고서다. 청와대의 이런 ‘e메일 정치’는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도 연정에 집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연정이 잘되는 나라의 정치에 관해 보고서를 올리라’고 각국 대사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이 대사의 보고서를 읽은 뒤 “감명 깊다. 한국 상황과 비교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각계 인사에게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꾀하는 정치 구도를 만들기 위해 ‘이에 부합하는 보고서’를 올리도록 청와대가 재외공관에 지시하고, 대사들이 이에 따른다면 그것은 국익을 위한 것인가, 정권의 필요를 우선시하는 것인가. 더구나 다수 국민이 연정에 반대해 온 상황이다.

독일의 대연정이 한국 정치의 모델일 수도 없다. 독일의 연정은 오랜 독일식 정치문화의 산물이다. 독일 정치사(史)는 내각제 아래 대연정과 소연정을 거듭해 온 ‘연정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정의 기본 조건인 ‘정책 연대’ 또한 일상화돼 있다. 그런 나라에서 국민의 70%가 대연정을 지지한다는 것이 우리에게 결정적인 시사점이 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정책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고 했지만, 여권(與圈)과 한나라당이 사사건건 정책 대립을 보여 왔음은 대통령 스스로 잘 알 것이다. 증세(增稅)와 감세(減稅), 국가보안법 폐지 대(對) 유지, 교육정책 등은 물론이고 한국 근현대사를 보는 시각에 이르기까지 정책 연대의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 국민의 60∼70%가 연정에 반대하는 것은 무리한 결합이 오히려 국정 혼란만 부추길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이 외국을 상대로 국익을 창출해야 할 대사들까지 동원해 ‘실패한 정치 기획’으로 이미 판명난 연정에 매달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지금의 나라 사정은 대통령이 한국과 판이한 독일 연정에 대한 보고서를 감명 깊게 읽고 수만 명에게 보내라고 지시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