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억
물과의 대화
장산 계곡의 개울과 작은
폭포들
나는 누구며
너는
누구니?
몰라 ?
나도 모르겠다....
우린 참 많이 닮았다.
무엇이 닮았느냐고 ?
그냥 흘러간다는 것이
닮았다.
상류에서 마를 땐 너도 마르고 나도 마른다.
상류에서 넘쳐흐를 때
너도 그것을 모아 가두지 못하고 흘려보내며
나도 그런다.
하얀 물거품을 내며 떨어지는 너의 모습에서
또 떨어지는 나를
본다.
그래도 쉬지 않고 떨어진다.
운명의 바퀴를 굴리며 산을 오르는 시지프스처럼...
그래도 넌 나보다 낫다.
어찌하였던 넌 흐르고 흘러 작은 강에
이르고,
그 강을 따라 이내 더 큰 강에 합류하여
언젠가는 큰 바다에 이를 것임에...
내겐 그런 미래의 보장이 없다.
그래서 두렵다.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죽음너머 그 이후....
하늘색깔 따라 빛을 내는 네가 부럽기도 하다.
초록 물이끼 색깔을 닮은 네가
부럽기도 하다.
내 가슴의 색깔은 왜 이렇게 어두운 잿빛인지....
난 너의 여정을 따라 갈 수 없지만
제 몫을 다하고 너의 위에 앉은
낙엽들을
저 먼 바다로 데려가
바다 구경시켜주고 위안해 주면 좋겠다.
먼 훗날 내가
푸른 등을 가진 물고기로 태어나든지,
나무 잎으로
태어난다면 널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
지금보다 더 친밀한 사이가 되어....
난 아직 내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넌 물이고,
쟤는
나무며,
쟤는 돌인데..
난 무엇인지 모르겠다.
차라리 다시 태어 날 수 있다면
너와 같은 물이었으면 좋겠다.
높은
산 계곡 따라 이리 저리로 흘러들면서
조약돌과 바위 틈새를 간지러대며 장난치는...
아무런 시름이나 욕심
없이도..
그래,
주제넘은 생각일지는 모르나
너와 같은 자연의 일부였으면
좋겠다.
시름없이 바다로 흘러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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