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스크랩] <부산>황령산 아랫마을

鶴山 徐 仁 2005. 8. 27. 20:42


가을 추억






황령산 아랫마을

돌산마을에서







어쩌면 나는

어떤 거주자들의 오랜 추억들을 살해하는

저격수같다.


좁은 골목길과 낡은 처마

스레이트 지붕에 올려진 블럭들...

집앞 작은 공터에 공들여 만들어 놓은 채소밭.

오래된 외국영화 패널로 바람막이를 한 작은 구멍가게.

한켠에 방치된 채 녹이 쓸어가는 군고구마 만드는 통.

산동네 상징물처럼 집집마다 놓여진 푸른 간이 물탱크.

서둘러 아무렇게나 지어진 듯한 무허가 집들이라도

그 지붕들의 선에서

또 다른 조형의 선들이 조화를 이룬다.


어찌되었든,

내가 다가가 사진을 찍는 곳은

그 땅들, 집들, 골목들이 지니고 있던 추억들,

그 곳에 살던 사람들의

애닯거나, 슬프거나, 행복하거나 하는

그런 오랜 추억들이 곧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그 땅에 새로운 추억을 심게 될

새로운 집들이 들어 서겠지만

어떤 사람들의 오랜 추억을 담고 있는 형상물들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프다.


어쩌면 나는

어떤 거주자들의 오랜 추억들을 마지막으로 지켜보는

장의사같다.


그래서 나는

그 오랜 사연과 추억들에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 형상들을 남기려 한다.


그 산등성이의 돌산 공원에서

시내를 내려다 보고

황령산에 걸린 푸른하늘을 올려다 보며 돌아설 때

쉬지 않고 날 따라 오는 형상이 있어 내려다 보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이중적인 잣대로 사는 나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내가 거기에 있었다.


황령산 산 아래에서....















 
가져온 곳: [땅의 回想]  글쓴이: SHADHA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