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가을의 유서

鶴山 徐 仁 2005. 8. 6. 14:09



    가을의 유서
                       파블로 네루다

    가을엔 유서를 쓰리라
    낙엽되어 버린 내 시작 노트 위에
    마지막 눈 감은 새의 흰눈꺼풀 위에
    혼이 빠져나간 곤충의 껍질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차가운 물고기의 내장과
    갑자기 쌀쌀해진 애인의 목소리 위에
    하루 밤새 하얗게 들어서 버린 양치식물 위에
    나 유서를 쓰리라.

    파종된 채 아직 땅 속에 묻혀 있는
    몇 개의 둥근 씨앗들과
    모래 속으로 가라앉은 바닷가의 고독한 시체 위에
    앞 일을 걱정하며 한숨 짓는 이마 위에
    가을엔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장 먼 곳에서
    상처처럼 떨어지는 별똥별과
    내 허약한 폐에 못을 박듯이 내리는 가을비와
    가난한 자가 먹다 남긴 빵 껍질 위에
    지켜지지 못한 채 낯선 정류장에 머물러 있는
    살아있는 자들과의 약속 위에
    한 장의 유서를 쓰리라.

    가을이 오면 내 애인은 내 시에 등장하는 곤충과 나비들에게
    이불을 덮어지고, 큰곰자리에 둘러쌓여
    내 유서를 소리 내어 읽으리라.

 * 배경 음악은  Michael Hoppe의

Elegy (For Joan)  입니다.


 
가져온 곳: [북경이야기(北京故事)]  글쓴이: 지우 바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