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북경날씨는 좀 이상 기온의 연속이었다.
이전과 달리 유달리 비가 많이 내렸고 기온도
평상시보다 무척 떨어져 무더위의 극치를 달렸던
살인적인 "고온건조"와는 너무도 온순한 날씨였다.
요 몇칠사이에도 비가 계속내렸다. 비의 강수량은
예상을 넘어서 "수해"가 되어 이재민을 만들었고,
그래서 더욱 더 이곳 공무원들을 당황하게 했다.
갑자기 내리는 폭우에 도로에 배수관이 막혀서
승용차와 버스가 절반정도 물에잠기는 북경에서는
좀처럼 볼수없는 "별일"도 수차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 직면한 이곳 공무원들은 머리를 흔들며 왈:
"전 가품재해에는 정말 자신있는데 홍수엔....글쎄요"라 한다.
그래서 말이 요즘에 북경에 유행한다.
몇년 전부터 북경엔 인공비가 유행했다. 일기예보에도 없는
비가 내리면 틀림없는 인공비라는 이곳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비행기을 이용하거나 혹은 대포를 쏘아서 구름을 만들어
이를 비로 만들기도 했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도 화창했다. 오랫만에 보는 햇님이 반가울정도다.
베란다의 창문을 활짝열고 밖깥 공기를 불러 들었다.
집안에 눅눅한 헌 공기와 모든 습기를 몰아내고
뽀송뽀송한 새 공기를 불어 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내린비로 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보도블록과
잔디에 뭍어있는 습기는 좀처럼 말르지 않을 듯보인다.
입추가 지나고 말복이 지났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새벽엔 잠을 설치면서
창문을 닫느라 잠을 설치기 일수이다. 혹은 감기에 걸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바야으로 가을이 온 것 같다. 그래서 있지 오늘 낮에는 베란다
너머로 유난히 매미가 울어낸다. 칭얼거리는 아이의 울음과도
같은 매미소리, 그와 함께 올해도 그렇게 기억없이 떠나갈
북경 가을은 다시 슬며니 오고있나 보다.
지금은 아테네 올림픽을 보면서 새벽에 잠을 청하기 일수이고
조만간 개학이나, 추석이나 하면서 팔월이 금방 지날 것 같다.
계절의 변화와 올림픽과 그리고 방학의 끝자락을 보내면서
시간은 계단을 내려간는 공처럼 "통통" 가볍게 내려간다.
가을이 이렇게 무르익다보면 작년에 그 감나무에도 감이 익어가고
개암나무의 열매들이 검은색이 되면 올한해가 또 마무리 되겠지?
하는 생각을 베란다로 찬란하게 들어오는 햇살을 처다보면서 해봤다.
오늘, 갑자기 다가온 가을을 느낌면서 어린시절 덜컹거리는
버스안에서 읽었던 헤르만 헷세의 소설과 날 사로잡았던 "도리언 그래이의 초상"과 그리고 유난히도 인상깊었던 그 책의 표지 그림이 생각났다.
날 침묵하는 소년으로 만들었던 그 책들은..... 그리고
내 손때가 묻어있을 그 조그만 문고판 책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때 그 순간, 무엇이 날 충만시켰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지금 비추는 찬란한 햇살만큼, 그리고 비오뒤의 푸르른 창공이 나의
마음을 정화하듯이 그때 그 충만함엔 카타르시스란 묘약이 숨어
있었던것 같다.
계절이 지나가는 흔적들이 보이고 느껴진다. 나도 조만간 중년이 되고
어느 순간 갑자기 나도 주체할수 없는 시간의 변화에 짓눌리겠지?
하지만 그럴때 마다 난 언제나 연애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리라,
그리고 언제나 나 자신과 연애하듯이 살아가라리는 생각을 해본다.
북경에서
지우.
*북경의 가을은 매년 나를 떠난 그때 그녀의 뒷모습 처럼 가슴속에 멍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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