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코스피 찬물 끼얹었다, 외국인 11조어치 내다판 주식 1위
[중앙일보] 입력 2021.07.05 18:56 수정 2021.07.05 19:24
코스피가 33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지만, 외국인은 상반기 17조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셔터스톡
상반기 코스피는 뜨거웠다. 3300선까지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써나갔다. 그 뜨거움에 찬물을 끼얹은 이들이 있다. 6개월 동안 17조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판 외국인이다. '차익 시현'에 몰두한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는 '셀 코리아'의 동의어로 여겨졌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 4일~6월 30일) 코스피 시장에서 이른바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가 55조979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할 때, 물량을 쏟아낸 이들이 외국인과 연기금 등 국내 기관투자가다.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17조4557억원 어치를, 기관투자자는 35조8349억원 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올해 상반기 투자주체별 수급 현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외국인 판 삼성전자, 동학개미가 순매수
외국인이 상반기에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다. 최근 반년 사이 11조3244억원을 매도했다. 이뿐이 아니다. 외국인이 두 번째로 많이 매도한 삼성전자우(-3조6657억원)까지 더하면 15조원에 이른다. 외국인 전체 순매도액의 85%를 차지한다. 이 물량을 모두 개인이 받아냈다. 공교롭게도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24조원), 2위는 삼성전자우(4조1421억원)다.
삼성전자를 빼고 외국인이 처분한 종목은 현대모비스(-1조9863억원), LG전자(-1조4139억원), 기아(-1조3113억원), 삼성SDI(-8210억원) 등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종목이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 톱7.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외국인은 '셀 반도체'로 차익실현 두둑
수치로 드러낸 속내를 살펴보면 '셀 코리아'가 아닌 '셀 반도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 행진은 반도체 종목에 대한 매도(셀 반도체)일 뿐 한국 증시의 매력이 떨어져 이탈(셀 코리아)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외국인의 '셀 반도체'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다는 데 가장 큰 이유가 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은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 가량 삼성전자와 삼성SDI 등 반도체 기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는데 예상보다 주가가 빠르게 오르자 곧바로 팔아서 차익실현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말 5만6600원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초 9만1000원(1월 11일 종가기준)까지 치솟았다. 두 달여 만에 60%가 뛴 셈이다.
불붙는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우려
삼성전자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국인의 차익실현에 불을 댕긴 것은 ‘비싸진 몸값’ 뿐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반도체 업황 고점론이 이를 부추겼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감소로 이르면 하반기 정점을 통과(피크 아웃)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리서치 서밋인사이트 그룹은 “메모리 제품의 우호적인 수요-공급 관계가 올해 하반기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특히 D램과 낸드 가격이 오는 8월까지는 상승할 수 있지만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반도체는 업황 특성상 이익이 빠르게 좋아졌다가 급하게 식는 경향이 있다”며 “외국인 투자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한국처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업종 비중이 큰 대만 증시에서도 외국인이 131억 달러의 순매도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공포 속에 각국의 ‘돈 풀기’ 정책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가속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예상보다 빨리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간다면 국내 주식 시장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상반기 Fed의 테이퍼링 우려로 환율이 오른(원화 가치 하락) 것도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순매도에 나선 원인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외국인 복귀 변수는 '2분기 실적발표'
그렇다면 '셀 반도체'를 했던 외국인이 '셀 코리아'까지 움직일지, '바이 코리아'로 돌아설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외국인이 다시 국내 증시로 돌아온다는 ‘긍정론’과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되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중립론’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한풀 꺾였고, Fed의 긴축도 예상보다 빨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외국인이 돌아오면 코스피는 3300선을 재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의 2분기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이경민 팀장은 “한국 기업의 2분기 이익 전망치가 크게 늘면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연초 14.7배에서 12배로 낮아졌다”며 “한국 증시의 체력(펀더멘털)이 개선돼 외국인 투자자도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석현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고점 우려나 각국의 긴축 움직임 등 불확실성이 확실히 해소되기까지 안심할 순 없다”며 “다만 증권가의 예상대로 잇달아 기업들이 2분기 깜짝 실적을 발표하면 외국인 매도세는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일 코스피 시장은 전날보다 0.35%오른 3293.21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0.88% 오른 1047.33을 기록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000선에 안착한 모습이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들끓는 코스피 찬물 끼얹었다, 외국인 11조어치 내다판 주식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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