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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박정훈 칼럼] ‘민주 건달’이 연대해 나라 뜯어먹는 세상

鶴山 徐 仁 2020. 12. 25. 15:32

[박정훈 칼럼] ‘민주 건달’이 연대해 나라 뜯어먹는 세상

 

이들의 경쟁력은 누구도 흉내 못 낼 탁월한 연대 능력이다
운동권 노하우를 그대로 이식해 서로 봐주고 끌어주는 이익 카르텔을 구축했다

 

 

박정훈 논설실장


입력 2020.12.25 03:20

 

 

'유재수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증인 출석을 위해 11월 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20대 청년 조국은 자본주의 전복을 꿈꾸던 사회주의자였다. ‘사노맹’ 산하 조직에서 활동하다 6개월 옥고를 치렀다. 본인 회고대로 “뜨거운 심장이 있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흘러 청년은 변절했다. 사회주의 혁명 대신 부르주아적 삶을 탐하는 강남 좌파로 변했다. 알고 보니 그는 자식 출세를 위해 스펙을 조작하고 문서를 위조한 위선자였다. 입으론 여전히 진보와 공정을 말했지만 뒤로는 반칙과 특권을 서슴지 않고 있었다. 조국의 공모 사실을 인정한 정경심 판결로 ‘진보주의자 조국’은 사망했다. 진보의 가치를 주장할 자격을 잃었다.

 

운동권 서열로는 조국이 상대도 안 될 지존급 인물이 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삼민투’ 초대 위원장. 그를 일약 유명인으로 만든 것은 85년 미 문화원 사건이었다. 전학련의 전위 조직 ‘삼민투’ 대원을 이끌고 미 문화원을 기습 점거한 뒤 농성을 벌였다. 당시 그들이 창문에 내건 ‘미국은 광주 학살 책임지라’는 대자보가 선명한 기억을 남겼다. ‘광주'와 ‘미국’의 연결 고리를 대중에 각인시킨 인상적 장면이었다.

 

많은 운동권처럼 그도 정치의 문을 두드렸다. 36세 때 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세 표 차로 석패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초대한 낙선자 위로 행사에서 그는 느닷없이 큰절을 올렸다. 변신을 고백하는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그 뒤로도 두 번 더 출마했지만 다 떨어졌다. 운동권 경력은 화려했지만 정치인으로선 불운했다. 이후 자취를 감췄나 했더니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뉴스의 인물로 등장했다. 이번엔 태양광 사업가였다. 태양광 수주를 둘러싸고 심심치 않게 논란을 일으키더니 결국 비리 혐의로 투옥됐다. 80년대 운동권의 대부로 불리는 허인회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 이야기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그를 다시 소환해낸 것은 변창흠 국토부 장관 후보자였다. 인사 검증 과정에서 허씨와의 커넥션 의혹이 불거졌다. 변 후보자가 서울도시주택공사(SH) 사장 시절 허씨의 태양광 조합을 밀어준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허씨 조합은 태양광발전소 설치 경험이 전무했다. 그런 미자격 조합에 SH가 미니 발전소를 25건이나 밀어주었다. 박원순의 서울시와 SH가 허씨에게 공공 면허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봐도 특혜였다.

 

허씨의 사업은 SH의 첫 물량을 발판으로 승승장구했다. 제로(0)였던 사업 실적이 연간 수천 건 규모로 폭증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허씨 조합이 받는 공공 보조금은 갑자기 15배로 뛰었다. 허씨가 운동권 인맥 장사로 공공 물량을 싹쓸이한다는 말이 무성했다.

 

아니나 다를까, 허씨는 문 정권 출범 3년 만에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국회의원·지자체장에게 청탁해 부처·공공기관을 압박하고 돈을 챙겼다는 혐의였다. 검찰 공소장엔 허씨의 ‘운동권 장사’ 수법이 적나라하게 기재돼있다. 예컨대 도청(盜聽) 장비 업체의 부탁을 받고 친분 있는 의원이 공공기관들에 도청 문제를 질의하게 한다. 그러면 겁먹은 공공기관들이 도청 방지 설비를 구입하게 되고 허씨는 커미션을 뜯는 식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가 받았거나 약속받은 돈이 6억원에 달했다. 독재와 싸운 민주화 투사의 행각 치고는 치졸하기 짝이 없었다.

 

허씨는 운동권의 집단 타락을 보여주는 단면에 불과했다.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는 수많은 운동권 출신이 돈과 권력과 자리에 탐닉하는 기득권자로 추락했다. 민정당 연수원 점거로 투옥됐던 김의겸(고려대 82)은 재개발 부동산 재테크로 세간에 충격을 주었다. 여성 시민운동을 개척한 윤미향(한신대 83)은 위안부 할머니를 팔아 돈벌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노맹 사건으로 6년 복역한 은수미(서울대 82)는 조폭 업체에서 편의를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의 경쟁력은 어느 집단도 흉내 못 낼 탁월한 연대(連帶) 능력이다. 운동권 시절 터득한 조직화 노하우와 동지 의식을 그대로 사회에 이식했다. 그렇게 서로 봐주고 끌어주며 자기들만의 견고한 이익 카르텔을 구축했다. 심지어 자기들로도 모자라 자식 세대까지 특혜를 주겠다고 한다. 반독재 시위로 강제 징집됐던 우원식(연세대 76)은 민주화 인사 자녀에게 취업·대출 혜택을 주는 법을 추진 중이다. 육사 마피아, 경제 관료 ‘모피아’를 능가하는 최강의 이익 집단이 등장했다.

 

부르주아 속물이 된 이들에게 한 원로 진보 인사는 ‘민주 건달’이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자기 힘으로 돈 벌 줄 모르고 남의 팔 비틀어 먹고 사는 게 건달이다. 그러면서도 말로는 약자 편인 양 고상한 혁명가 행세를 한다. 자기들은 욕망의 사다리를 질주하면서 대중에겐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가라”고 한다. 변절을 탓하기에 앞서 그 뻔뻔한 위선이 놀라울 뿐이다. ‘운동권’은 이제 명예의 훈장이 아니라 나라 뜯어먹는 적폐의 이름이 됐다. 더 이상 속을 국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