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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난민 신청 이집트인으로 ‘북새통’

鶴山 徐 仁 2018. 7. 7. 21:56

인천국제공항, 난민 신청 이집트인으로 ‘북새통’

강지남 기자 입력 2018-07-07 16:43수정 2018-07-07 17:06


[커버스토리] 무사증 입국 활용…“지난해보다 10배 늘었다”
[조영철 기자]

“올해 들어 거의 매일 이집트인이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한다. 많게는 10명이 넘는 날도 있다. 대부분 20, 30대 젊은 남성이 혼자 온다. 입국심사대에서는 ‘관광하러 왔다’고 하지만, 입국재심실로 불려 가면 ‘난민 신청을 하겠다’고 말을 바꾼다.”(법무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 A씨)

제주가 500여 명의 예멘인 난민 수용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면, 인천국제공항은 이집트인의 난민 신청 폭증으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법무부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난민인정심사대기실(난민대기실)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가 10배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외국인은 186명이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반년도 안 돼 이 숫자를 넘어섰다. 그는 “올해 난민 신청자의 절반이 이집트인”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법무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출입국항(공항 혹은 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총 276명이며, 그중 112명(41%)이 이집트인이다(표 참조). 인천국제공항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187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했는데, 그중 60%에 가까운 110명이 이집트인이다. 한국은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 7월 1일부터 출입국항에서도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까지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이집트인은 99명. 최근 5개월간 출입국항 이집트인 난민 신청자(112명·1~5월)가 4년 반에 걸친 기간의 신청자보다 많은 것이다.

[shutterstock]

○ 관광 입국 거부되면 ‘난민 신청’으로 입장 바꿔

이집트인들이 한국으로 몰려드는 데는 무사증 제도에 기인한 바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집트를 포함해 아프리카 및 중동 지역 16개 국가에 대해 무사증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일반 여권을 소지한 이집트 국적자가 한국을 찾아오면 30일짜리 관광비자(B-2)를 내준다. 지난해 총 8168명의 이집트인이 입국했는데, 그중 61%에 해당하는 5023명이 무사증 제도를 통해 들어왔다. 이집트인은 중국, 말레이시아, 터키 등 세계 각지를 경유해 인천국제공항으로 온다고 한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무사증 입국을 시도하는 이집트인 상당수가 취업 등 경제적 목적으로 입국하려 하는 것으로 본다. 법무부는 외교관계를 고려해 국적별 불법체류자 현황을 공개하지 않지만, 이집트는 불법체류자 다발 국가로 분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상당수 이집트인은 공항 입국심사대를 바로 통과하지 못하고 입국재심실로 보내져 입국 목적에 대해 좀 더 상세한 인터뷰를 하게 된다. 20, 30대 젊은 이집트 남성이 한국 방문이 처음이고 유럽 등 외국 방문 경험이 전혀 없다면, 취업 등 경제적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것은 아닌지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입국이 거부된 이집트인 상당수는 난민 신청을 한다. 5월 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아메드(가명·33) 씨가 그런 경우다. 그는 송환대기실(입국이 거부된 외국인이 본국으로 송환되기 전까지 머무는 인천국제공항 내 시설)에 있다 난민 신청 의사를 밝혔다. 그는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맞서는 ‘무슬림형제단’ 소속으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징역 10년형을 받는 등 탄압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아메드 씨가 관련 증거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일부 거짓 진술과 공문서를 변조한 사실을 확인해 불회부(不回附·본국 송환) 결정을 내렸다.

한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처음엔 난민 신청 의사를 전혀 밝히지 않다 입국이 거부된 후에야 난민 신청을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든 입국하려고 난민신청 제도를 이용하려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통화나 문자메시지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이집트인으로부터 조언을 받는 모습도 종종 목격돼 난민 브로커가 있는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출입국항 내 난민대기실에 머물며 출입국·외국인청으로부터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할 것인지 여부를 7일 내 결정 받게 된다. 회부 결정이 나면 입국할 수 있지만, 불회부 결정을 받으면 본국으로 송환된다. 출입국항 난민 신청자의 ‘통과율’은 높지 않다. 회부 결정을 받은 비율이 2016년 36%(187명 중 67명), 2017년 11%(197명 중 22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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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해 들어 달라졌다. 1~5월 출입국항 난민 신청자 276명 중 152명(55%)이 회부 결정을 받았다(그래프 참조). ‘합격률’이 열 중 하나에서 둘 중 하나로 1년 새 5배나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난민대기실 관계자는 “이집트 국적자들이 ‘한 손에는 판결문, 다른 한 손에는 USB저장장치를 들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올해부터는 상당수 이집트인이 입국하자마자 난민 신청 의사를 밝힌 뒤 주로 반정부 시위에 참가해 과도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는 법원 판결문을 증거 자료로 제출하고 있다고 한다. 시위에 참가한 영상, 아랍어를 영문으로 번역한 서류 등을 소지한 이들도 있다고.  

이집트는 시리아, 예멘처럼 내전이 발생한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국내 정치 상황은 어지럽다. 2011년 아랍권 민주화운동인 ‘아랍의 봄’ 기운을 타고 30년간 독재한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졌지만, 군부 출신인 시시 대통령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다. 반정부 시위자에 대한 체포, 고문, 사형 선고 등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올해 4월 시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지만, 투표율이 41%에 불과해 국민적 지지를 얻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지러운 정치 상황에 더해 이집트는 물가 급등, 높은 실업률 등으로도 고통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많은 이집트인이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세계 각지를 떠돈다. 최근 유럽 사회의 반(反)난민 정서가 강해지자 무사증 입국이 가능한 한국이 이들의 새로운 최종 목적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에는 이집트 출신 난민 신청자가 상당한 수준이다. 총 4만여 명의 난민 신청자 중 이집트인이 3874명. 이집트는 파키스탄(4740명), 중국(4253명)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에서 난민 신청을 많이 하는 나라다. 단, 난민으로 인정된 경우는 15명(2017년 말 기준)으로 그다지 많지 않다.

몰려드는 이집트인들로 요즘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6월 30일에는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이집트인 아크람(가명·29) 씨를 송환한 일이 벌어졌다. 출입국항에서 불회부 결정을 받은 난민 신청자는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소가 진행되는 동안 난민 신청자는 송환되지 않고 출입국항에 머물게 된다.

2013년 8월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며 거리에 나선 카이로 시민들. 쿠데타로 집권한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시위 참가자들을 탄압해 수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AP=뉴시스]

○ “한 손엔 판결문, 다른 한 손엔 USB저장장치”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6월 29일 아크람 씨로부터 불회부 결정에 대한 소송 제기를 의뢰받고 이튿날 오전 10시 인천지방법원에 소를 접수한 뒤 바로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에 전화로 소 제기 사실을 알리고 접수증을 팩스로 보냈다. 그리고 7월 2일 아크람 씨와 접견 약속을 잡으려고 전화했더니 주말 사이 이미 송환됐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이 난민법에 따라 적법하게 일을 진행한 것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측은 “아크람 씨의 소장이 6월 30일 오전 9시 58분에 접수됐던데 그를 태운 비행기는 9시 50분 출발이었고, 게이트는 9시 40분에 닫혔다”고 밝혔다. 아크람 씨는 한국에 자동차를 구매하러 왔다고 했다 입국이 거부됐다. 이후 ‘반정부 시위에 가담해 처벌받았다’며 난민 신청을 했는데,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은 그가 증거 자료로 제출한 법원 판결문이 위조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측은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을 통해 확인한 결과 원본 판결문과 피고인 이름도 다르고 죄목도 달랐다”고 말했다.


김연주 변호사는 “해당 판결문이 정말 위조됐는지, 다른 사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할 여지가 더 있을 수 있다”며 “우선은 입국시켜 정식적인 난민 심사를 받게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난민대기실 관계자는 “인권변호사들은 출입국항 난민 신청자를 일단 입국시킨 뒤 진짜 난민인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지만, 그렇게 하면 인천국제공항에 ‘난민’이라는 쪽문을 열어놓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인천국제공항으로 ‘몰려드는’ 이집트인들 때문에 이집트에 대한 무사증 허가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법체류나 경제적 목적의 이주 등으로 난민 신청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문제고, 행정력 및 세금 소요도 무시 못 할 수준이라는 것이다.반대 의견도 있다. 난민전문 이일 변호사(법무법인 어필)는 “무사증 허가를 취소하면 비자가 없는 이집트인은 아예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어, 진실로 난민 사유가 있는 이들까지 배제되는 일이 벌어진다. 이는 반인도적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격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3월에는 26세 이집트인 청년이 한국에서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무바라크 정권 시절 민주화 시위를 이끈 ‘4·6청년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 이집트로 돌아갈 경우 박해받을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 것이다.

‘주간동아’ 취재 결과 7월 4일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서 난민 인정 심사 결과를 기다리거나, 입국이 거절됐거나, 난민 인정 심사에서 불회부 결정을 받아 송환을 기다리는 이집트인이 14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국제공항이 이들에게는 ‘먹고 자는’ 거처인 셈이다. 이 숫자는 매일 변할 뿐, 당분간 ‘0’이 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제주에 이어 인천국제공항이 ‘난민 시험대’에 오른 대한민국의 또 하나의 현장이 됐다.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146호에 실린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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