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6일 각각 340억달러(약 38조원)어치의 상대국 수입품에 관세 폭탄을 주고받는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은 중국산 818가지 제품에, 중국은 미국산 545가지 제품에 25%씩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이 오후 1시 1분(한국 시각)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은 시간까지 똑같이 맞춰 맞보복에 나섰다. 미·중은 2주일 안에 또다시 16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보복하면 추가로 5000억달러어치에 관세를 매길 것"이라 했고, 시진핑 주석은 "뺨을 맞으면 주먹으로 돌려준다"고 한다.
세계경제의 34%를 차지하는 미·중의 무역 전쟁으로 70여 년간 유지된 글로벌 자유무역 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유럽연합·캐나다 등도 미국에 맞불 관세로 맞서면서 보호주의 물결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당장 세계 무역량의 4%가 줄고, 1~2년 안에 세계 GDP의 1.4%가 증발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1930년대 대공황 같은 침체기가 올 것이란 극단적 비관론까지 제기된다.
얼마 전 방한한 폴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 경제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나라보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미·중 의존도는 더 높기 때문이다. 우리는 작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수출로 돌파하는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엔 경제성장률(3.1%)의 무려 3분의 2를 수출이 만들어냈을 정도다. 수출이 위축되면 경제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특히 수출의 미국·중국 의존도가 40%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경제 분야에서 운(運)이 좋았다. 세계경제 호황의 덕을 보았다. 이제 좋은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미·중이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6일 산업부 장관은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여당은 세금 퍼줄 궁리에 여념이 없다. 통상 장관 회의 한번 열리지 않았다.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초 체력을 튼튼히 하 는 방법 밖에 없다. 구조 개혁으로 경제 체질을 효율화하고 노동 개혁과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 핵심 산업과 차세대 먹거리의 경쟁력을 높일 산업 정책도 긴요하다. 그런데 세금 푸는 선심 정책만 쏟아지고 노동 개혁은 실종됐다. '혁명적으로' 하겠다던 규제 개혁은 말뿐이다. 무역 전쟁의 포성이 터졌는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이래도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