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재
요즈음 언론을 보면 左右 모두 북한의 SLBM(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 발사 능력을 폄하하기 바쁘다.
左派는 北의 SLBM능력을 잘 알고 있는(남한의 대응전력 보유 차단 전략) 반면, 右는 北의 SLBM문제와 관련해 글 한 번 써본적 없는 인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주장을 살펴보면 우리 軍도 수중 ‘킬체인’ 능력이 있고, 북한 잠수함이 우리의 후방 깊숙이 침투할 때까지 한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들의 주장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천하태평 한 양반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90년대 북핵 위기가 터졌을 때는 ‘핵무기 반 개도 안 된다’면서 호들갑을 떨던 사람들이 北이 세계 6번째로 SLBM보유 집단이 됐는데도 안보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안보불감론자들이 주장하는 한국군의 수중 ‘킬체인’은 실전에서 사용된 적도 없고, 동해와 같이 수괴(water mass)가 있는 지역에서는 잠수함을 제대로 탐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북한의 SLBM발사로 향후 한국군은 자체 핵추진 잠수함 등을 건조해 안보공백을 메우지 않으면 한반도 해역의 방어는 전적으로 美 해군 잠수함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핵무기와 관련해 우라늄탄과 플루토늄 핵탄도 제대로 구분 못하는 자칭-타칭 안보전문가들이 어느 날 갑자기 북한 SLBM 전문가가 되어 ‘호들갑을 떨지 말라’고 하니 한심할 뿐이다. 朝鮮시대나 지금이나 한국인의 안보불감증 DNA는 바뀌지 않은 것 같다.
北核을 바라보는 韓國人들의 심리상태
1. 북한의 核 보유 사실을 전혀 모른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한국인의 상당수가 北이 核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해 모른다.
2. 설마 김정은이 남한을 향해 核을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공부를 많이 했다는 保守성향의 사람들조차 이런 얘기를 한다.
3. 미국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남한을 향해 核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다.
→親美를 넘어 從美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 대한민국의 자체 核무장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들 때문이다. 이들은 美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도 반대한다. 이유는 北核의 존재를 우리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란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北核능력을 축소하는 보도가 나오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무조건 믿는다.
4. 北核 문제는 나와 상관없다. 때를 봐서 모든 재산을 갖고 해외로 도피하면 된다.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아는 사람들 중 이런 類가 의외로 많다. 이미 미국 등 해외로 재산을 빼돌린 경우가 많다.
5.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사실은 아는데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軍 장교 출신들이 이런 인물들이 많다. 軍 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6. 核무기의 무서움을 알지 못한다.
→실제로 核이 터져봐야 정신차리는 사람들이다.
7.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北核 문제인가.
→만사포기형의 사람들.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8. 北核은 어차피 해결 못하는 문제다. 나만 잘 피해가면 된다.
→공무원 중에 이런 類가 많다. 아무도 신경 안 쓰는데 내가 왜 신경쓰냐는 논리다.
9. 북한 核과 미사일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現 정권에서 풀 문제가 아니다. 다음 정권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청와대·국방부·국정원 관계자들이 이런 유형이다. 이들은 대개 재산이 많아 언제든지 외국으로 도망갈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다.
10. 정부가 北核의 실체를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 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도 북한 핵문제의 실체를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어차피 요즘 사람들은 정부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
11. 北核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상세히 알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미사일 방어체제(MD)를 도입해야 한다.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 아니면 국가적 사활을 걸고 자체 核무장을 해야 한다.
→筆者와 같은 유형의 사람들
12. 서울에 북한의 핵폭탄이 폭발했을 때 非서울 거주 한국인들의 반응.
→내가 사는 동네에 핵이 터진게 아니니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매우높다.
‘그레뉴이에’(Grenouille)라는 프랑스 요리가 있다. 개구리를 냄비에 넣고 삶는 요리다. 프랑스 요리사들은 처음 이 요리를 만들면서 뜨거운 물에 개구리를 산채로 넣었다. 그러자 놀란 개구리가 냄비 밖으로 튀어나와 애를 먹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지근한 물에 개구리를 넣은 뒤 서서히 가열하는 방법을 썼다. 그러자 개구리는 미지근한 물에 적응이 되어 서서히 신경이 마비되어 요리가 됐다.
이처럼 서서히 진행되는 환경 변화에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최악의 결말을 준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을 ‘비전상실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고 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이 이와 같다.
김필재(조갑제닷컴) spooner1@hanmail.net
[ 2015-05-23, 1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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