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아래 칼럼의 출처는 <문화일보> 입니다.
황성준 / 논설위원
이란 핵(核)협상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2일 미국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독일(P5+1)이 이란과 이란 핵 개발 중단 및 대(對)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골자로 한 타협안을 마련했다. 6월 말로 예정된 최종 합의문 작성까지는 기술적·세부적 사항에 대한 이견, 양측 강경파의 반대 등 여러 난관이 남아 있긴 하다. 또 이란 핵을 완전히 포기시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합의를 깨고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는 데 걸리는 ‘브레이크아웃 타임’을 2∼3개월에서 1년으로 늘렸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전면 사찰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획기적이며, 북핵(北核) 해결에 진전이 없는 우리로선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엔 이란 방식으로 북핵을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란식 핵협상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일 마리 하프 부대변인의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핵과 이란 핵 문제가 “매우 다른 이슈”라며, 북한과 이란식 핵협상을 할 용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또 ‘이란 프레임이 북한을 위한 견본이 될 수 없는 5가지 이유’라는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의 4일자 보도 역시 설득력이 있다. 첫째,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와 같은 안전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북한 핵시설을 모두 조사하는 것이 힘들다. 넷째, 북한 자체가 핵협상에 관심이 없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해 2·29 합의를 깨버린 이후 미국의 협상 우선순위에서 북한이 제외됐다.
이란식 협상론자들은 우리가 독립변수로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전하지 않더라도, 북핵 개발의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좋은 것이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는 논리다. 그러나 간과한 것이 있다. 우선, 이란이 핵협상에 나선 것은 서방의 대화 요청이 아니라, 강력한 경제제재 때문이었다. ‘대화’로 핵을 포기한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과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지켜본 이란은 그냥 핵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란과 경제 협력하는 제3자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의 강력한 제재로 숨통이 막힌 이란은 생존을 위해 협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도 대이란 압박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북한엔 중국과 한국이란 ‘뒷문’이 열려 있다. 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실용주의적 하산 로하니 정권의 출현이다. 즉, 이란식 해법이 통하려면 국제사회가 똘똘 뭉쳐 북한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강력히 제재해야 하며, 그런 압력 속에서 북한 정권이 실용·온건 세력으로 교체돼야 한다.
그런데 미국의 한 핵협상 전문가가 한 가지를 덧붙였다.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이스라엘의 강력한 의지가 이란을 협상에 응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맹주로 한 ‘수니 동맹’과의 협력까지 불사하며, 미국의 협상력을 높여줬다. 그런데 북핵 협상엔 이스라엘이 없다. 한국은 대화를 구걸하고 경제적 뒷문을 열어주면서 미국이 강경노선을 취하려 하면 말리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협상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 2015-04-08, 17:2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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