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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에서 가을의 끝을 거닐다…천년의 숲 '상림공원'/ 조선닷컴

鶴山 徐 仁 2014. 11. 20. 17:57

겨울의 문턱에서 가을의 끝을 거닐다…천년의 숲 '상림공원'

  •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신영민 기자

  • 입력 : 2014.11.20 10:31


                                                                         

    경상남도 함양은 지리산 자락에 있는 고장으로 오지 중의 오지였다. 어찌나 오지였던지 과거 함양으로 발령된 벼슬아치들이 '울고 왔다 울고 간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함양은 경상도의 유학을 대표하는 선비고장으로 산수가 수려해 누각과 정자가 산재해 있다.

    지난 주말 함양에 다녀왔다. 겨울이 문턱을 넘어온 이 시점에 아직 남아 있는 가을을 만나기 위해서다. 목적지는 고운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림이자 천연기념물 제154호인 천년의 숲. 바로 '상림공원'이다.


    11월의 중순이 지났지만 아직 상림공원은 가을을 머금고 있다.

    11월의 중순이 지났지만 아직 상림공원은 가을을 머금고 있다.


    #상림공원

    상림공원은 1100여년 전 신라 진성여왕(887~897년) 때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최치원 선생은 백성들과 함께 물길을 시내 외곽으로 돌리고 그 자리에 둑을 쌓았다. 그리고 둑 안쪽에는 나무를 심어 '대관림'이라 이름 짓고 숲을 가꿨다.

    사람들의 안식처 역할을 해오던 숲은 세월의 풍파 속에 훼손되면서 상림과 하림으로 나누어졌다. 이후 그 가운데에 마을이 생겨나면서 하림은 없어지고 잊혔다. 하지만 남겨진 상림은 대관림의 대를 이으며 지역주민들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공원이 됐다.


    상림공원에는 아직 오색빛깔로 물들지 않은 단풍들이 군데군데 있다.

    상림공원에는 아직 오색빛깔로 물들지 않은 단풍들이 군데군데 있다.


    현재 상림공원의 단풍은 대부분 낙엽이 되어 바닥에 수북이 쌓였다.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발걸음에 '바스락'거리며 아직 가을이 남아있음을 알려준다. 특히 공원 중앙으로 나 있는 숲길을 걸으면 낙엽의 소리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또 숲길 양쪽으로 하늘 높이 뻗은 나무들 사이로 거니노라면 마치 자연과 하나 된 기분이 든다. 더불어 숲에는 문창후 최선생신도비, 함화루, 척화비, 이은리 석불, 사운정 등 역사만큼 문화재도 많다.


    '바스락'거리며 가을이 남아있음을 알려주는 낙엽(왼쪽), 그리고 숲에 있는 문화재들(오른쪽).

    '바스락'거리며 가을이 남아있음을 알려주는 낙엽(왼쪽), 그리고 숲에 있는 문화재들(오른쪽).


    숲 가운데에는 소원을 들어준다는 나무도 있다. 바로 다른 나무끼리 결합해 한몸이 되어 자라고 있는 연리목이다.

    연리목은 사랑의 영원성을 상징하는 귀물로 알려졌다. 특히 상림공원의 연리목은 100여년 된 느티나무와 서어나무가 한몸이 돼 자라고 있는데 같은 수종끼리는 결합이 쉽지만 다른 수종이 결합한 것이라 희귀종 중의 희귀종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연리목 앞에서 사랑을 기원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으니 이곳에서 사랑하는 연인에게 프러포즈 해보는 것도 좋겠다.


    서로 다른 나무가 하나가 되어 자라고 있는 상림공원의 연리목.

    서로 다른 나무가 하나가 되어 자라고 있는 상림공원의 연리목.


    상림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무엇보다 연못을 가득 메우는 연꽃이다. 현재는 잎이 다 지고 뿌리만 남았지만 겨울과 봄을 보내고 여름철 상림공원을 방문한다면 연잎과 연꽃의 장관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하림공원

    대관림이 훼손되면서 없어지고 잊힌 하림은 최근 그 명성을 이으며 지난 2009년 숲과 이벤트 광장, 어린이 놀이터 등 30여종의 시설을 갖춘 현대식 공원으로 재개장했다.


    현재 상림공원의 연꽃밭은 잎이 다지고 뿌리만 남아있다.

    현재 상림공원의 연꽃밭은 잎이 다지고 뿌리만 남아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가재 모양을 한 토속어류생태관이다. 생태관으로 들어서면 우리나라 깨끗한 민물에 서식하는 보호종과 천연기념물인 납자루, 황쏘가리 등을 한눈에 보고 관찰할 수 있다. 또 2층에는 민물고기에 대한 영상을 3D로 만나볼 수 있다.

    생태관 바로 옆에는 철갑상어양어장이 있다. 철갑상어 양어장에서는 긴 관모양의 수족관에서 철갑상어가 자유롭게 노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참고로 철갑상어는 상어와는 전혀 관련 없는 어류다. 철갑상어는 일반 물고기와 같이 등뼈가 있지만, 상어는 뼈가 아닌 연골로 골격이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토속어류생태관(왼쪽)과 철갑상어양어장(오른쪽)의 모습.

    토속어류생태관(왼쪽)과 철갑상어양어장(오른쪽)의 모습.


    봄에는 파릇파릇 돋아나는 신록과 겨울에는 녹음과 연꽃, 가을에는 단풍과 꽃무릇으로 겨울에는 설경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상림공원'. 그리고 상림과 분리되면서 잊혔다가 다시 개장한 '하림공원'. 이번 주말 함양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 관련정보


    ▶ 상림공원
     - 주소 :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필봉산길 49
     - 문의 : 055-960-5756
    ▶ 하림공원
     - 주소 : 경상남도 함양군 함양읍 용평리 85-5
     - 문의 : 055-960-5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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