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초 바다밑 1만km ‘韓流 아우토반’ 뚫린다
황태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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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강국’ 견인한 부산 KT국제통신운용센터 가보니… KT서브마린의 해저케이블 매설 로봇이 선박 위에서 바다 밑으로 내려가고 있다. 대양을 가로지르는 해저케이블의 설치 작업은 로봇을 활용한 원격 작업 위주로 이뤄진다. KT서브마린 제공
동아시아 지역에 1만 km의 ‘고속도로’가 새롭게 뚫려 국제 인터넷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KT는 자사를 포함한 9개국 13개 통신사가 공동 구축한 ‘APG(Asia Pacific Gateway) 해저 광케이블’이 2015년 초 개통된다고 2일 밝혔다. 개통에 앞서 APG 해저케이블의 관리와 운용을 맡는 종합관제센터(NOC)는 이달 부산에서 문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 준비에 들어간다.
○ “완공땐 인터넷 속도 2배 이상 빨라져”
2012년 구축 작업이 시작돼 내년 초 완공되는 APG 해저케이블은 한국과 중국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등 동아시아 지역 9개 국가를 연결한다. 이 지역에는 이미 1만9000km에 달하는 ‘APCN2’를 비롯한 여러 해저케이블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 게임이나 한류 콘텐츠에 대한 접속량이 크게 늘어나는 등 아시아 지역의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좀 더 빠르고 안정적인 국제 통신망이 추가로 필요해졌다.
APG의 전송 속도는 초당 38.4테라비트(Tbps)로 기존 국내에 연결된 해저케이블의 속도(2.56∼7.68Tbps)에 비하면 ‘초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다. KT 관계자는 “1초에 영화 7200편을 전송할 수 있는 속도”라며 “APG 완공 후부터 국제 인터넷 체감 속도가 2배 이상으로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지구상에 구축된 해저케이블 수는 모두 250여 개. 총 길이는 60만 km가 넘는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 데이터의 99%가 이 해저케이블로 이동한다. 한 번 구축하는 데 수천억 원이 들지만 거의 매년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물동량이 많아지면 도로를 넓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도 직접 해저케이블 구축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르스 휄즐 구글 수석부사장은 “수십억 명으로 늘어난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3000억 원을 들여 중국 차이나텔레콤 5개 통신기업과 함께 2016년까지 구축하기로 한 해저케이블의 이름은 ‘패스터(faster·더 빠른)’. 역대 최고인 60Tbps의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 ‘통신허브’, IT산업 경쟁력 발판
이달 말 부산 KT부산국제센터에 개관하는 종합관제센터는 APG의 회선 구성과 현황 관리, 유지보수, 재난 발생 시 긴급 복구 등 운용 전반을 담당하는 곳이다. 통신망 운용 경험을 통해 해저케이블의 ‘허브 육양국(陸揚局)’ 사업의 성장기반을 닦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육양국은 해저케이블을 운용 및 관리하기 위해 설치되는 지상의 전화국과 같은 설비를 뜻한다.
KT 관계자는 “허브 육양국이 늘어나면 자국 콘텐츠나 인터넷 서비스 기업의 해외 진출이 훨씬 용이해지는 부가적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국내 서비스를 이용하는 서비스가 빨라지니 자연스레 더 많은 사용자가 유입될 수 있는 것이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