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가끔은 자신이 지나온 삶에 대하여 돌아 볼 때가 있습니다.
인생에 대한 회고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공자의 인생 회고론 인데요. 아마도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는 이야기 일겁니다.
공자는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퇴역군인 64살의 아버지와 그의 세 번째 여인이었던 17살의 무속인 사이에서 ‘들판에서 합해서 태어난 야합이생(野合而生)’, 그러니까 부적절한 혼인관계에 의해서 태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힘들고 어렵게 73년의 인생을 살다 간 그는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습니다.
나는 15살에 지식을 상품으로 만들 생각을 하고 내 인생을 고대문화 유산을 배우는데 두었다. 뜻 지자 배울 학자. 지학(志學). 그리고 15년 후 30대에 나는 비로소 내 분야에 홀로서기를 할 수 있었다. 이립(而立). 내 나이 40대에는 확고한 나의 길이 정해져 어떤 것에도 유혹당하지 않게 되었다. 불혹(不惑huo?). 그리고 50대에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에 대하여 비로소 정확히 알게 되었다. 지천명(知天命). 60대에는 어떤 누구의 말에도 한 귀로 들으면 한 귀로 흘려보낼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이순(耳順). 내 나이 70대. 난 내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어떤 행동을 해도 원칙과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게 되었다. 종심(從心).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공자의 인생 회고론입니다.
격정과 변화의 시기였던 춘추시대를 살다간 중국 최초의 교육자이자 지식인 1호라고 칭해지는 만세사표(萬世師表) 공자. 그의 삶의 역정이 잘 나타나 있는 논어의 인생 회고론 입니다.
저는 이 구절을 읽을 때 마다 40대의 나이, 불혹(不惑)의 나이에 대하여 생각해봅니다.
공자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면 그 유혹은 무엇이었을까? 도대체 어떤 유혹에 끄떡도 하지 않았던 것일까? 공자가 죽은 지 100여 년 뒤 전국시대에 활동했던 맹자는 그의 40대를 부동심(不動心) 즉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공자가 자기 나이 40을 불혹이라고 정의 했다면 그보다 늦게 태어난 맹자는 부동심이란 마음으로 되받아 친 것입니다.
공자의 고향 산동성 취푸(曲阜) 가까운 곳, 쩌우청(鄒城)에서 태어난 맹자. 자신의 인생과 비슷하게 홀어머니 밑에서 태어나 살다간 공자라는 인물에 대하여 자신의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목표였고, 따라 하기의 대상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맹자는 자신의 인생 40대를 부동심(不動心)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은 공자의 40대에 대한 정의, 불혹(不惑)의 변형일 수 있을 것입니다. 100여 년을 사이에 두고 공자와 맹자는 모두 그들의 40대를 불혹과 부동심이라고 비슷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비록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명분 없는 어떤 부귀와 출세에도 타협하지 않았던 부동심의 맹자는 그의 제자였던 공손추가 ‘제나라 왕이 선생님을 장관에 임명한다면 마음이 움직이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자신은 40대에 부동심을 이루었다고 단호히 거절합니다.
자신의 고집을 잠깐 꺾고 고개만 숙이면 당시 제후들에게 얼마든지 초빙되어 부귀를 얻을 수 있었지만 백성을 위한 왕도정치를 주장하며 인간의 본성은 착하다는 신념을 놓지 않았던 맹자는 패도정치를 원하던 어떤 제후와도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맹자의 부동심(不動心)은 자신의 인생의 전부이자 자존심이었던 것입니다.
맹자는 조그만 일엔 부동심을 곧잘 한다고 합니다.
밥 한 끼를 못 먹고 굶주리고 있을 때 욕하고 밥그릇을 걷어차며 밥을 주면 비록 내가 굶더라도 그 밥을 먹지 않는 부동심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적은 유혹엔 곧잘 부동심을 발휘하다가, 누군가 천금을 주고 큰 권세를 줄 것이니 무릎을 꿇고 네 고집을 꺾고 복종하라. 하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허리를 숙이는 움직일 動, 마음 心동, 동심(動心)이 된다고 합니다.
물론 속으론 잠시의 굴욕만 참으면 더 큰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움직이지만 밥 한 끼엔 부동심을 발휘했던 사람들이 왜 큰돈과 권세엔 그토록 마음을 쉽게 움직이는지 맹자는 그런 시대를 통탄하였습니다.
오늘 날 우리들의 사십대를 돌아봅니다.
과연 불혹과 부동심의 나이로 당당하게 살고 있는지. 당장의 이익에 자신의 생각을 접고 이리저리 줄을 서며 언제든지 불러줄 사람을 향하여 해바라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조그만 것엔 그렇게 용감하다가도 큰 유혹이 다가오면 그렇게 쉽게 무너지는 그런 40대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공자의 불혹(不惑)과 맹자의 부동심(不動心). 한 번쯤은 우리가 우리 인생을 돌아 볼 때 화두로 가져야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