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라인 케네디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2박3일’ 방일 요청을 거절당한 일본은 차선책으로 ‘1박2일 국빈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14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일정이 4월 22~23일의 1박2일로 굳어짐에 따라 일 정부가 이틀간의 단기 일정으로 국빈방문을 실현하기 위한 조정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도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선 아직 4월 말이라는 것일 뿐 아무것도 발표된 게 없다”며 “다만 우리나라(일본)로선 종전부터 오바마 대통령을 국빈으로서 맞이하고자 초청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1박2일 국빈방문’은 그동안 일본에 단 한 번도 없었다.
일본이 전례 없는 국빈방문에 집착하는 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각종 역사인식 관련 발언으로 틀어진 미국과의 관계를 한시라도 빨리 복구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백악관이 일본이 요구한 일정을 쪼개 한국 방문을 포함시키면서 일본 외교는 성대한 국빈방문을 희망했던 내상을 입었다. ‘2박3일’은 물 건너갔어도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순방국과는 ‘차이’를 두려는 일종의 자존심도 작동했다.
일 정부는 그동안 미국 측에 96년 4월 빌 클린턴 대통령 이후 18년 만의 국빈방문을 요청해 왔다. 굳건한 미·일동맹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최고의 대우와 격식을 갖춘 국빈방문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제시한 방일 일정은 최소 2박3일이었다. 국빈방문에는 각종 왕실 행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8년 전 국빈방문했던 클린턴 대통령의 경우 ▶첫날 도착 후 일본 총리 주최 만찬 ▶둘째 날 일왕이 주최하는 환영식전→미·일 정상회담→공동기자회견→주일 미군기지 방문→일왕 주최 궁중만찬회 ▶마지막 날 국회연설→왕실→일왕과의 작별행사→출발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교도통신은 “고육지책으로 통상적으로는 2~3일에 나눠 하는 왕실 일정(환영식전·궁중만찬회·작별행사)을 하루에 몰아서 하고 나머지 날에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산케이는 “(국빈방문 관철을 위해) 왕실 행사를 일부 단축하거나 국회에서의 연설을 생략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