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1.15 17:47 | 수정 : 2013.01.15 17:55
- 해군 함정에 탑재될 해상작전헬기로 선정된 영국 아우구스토웨스트랜드사의 와일드캣. /방위사업청 제공
해상작전헬기 구매사업에서 유력 기종으로 거론된 미국산 ‘시호크’가 탈락하고 영국산 ‘와일드캣’이 낙점을 받았다.
6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방위력개선사업에서 성능이 앞선 미국 무기가 탈락하고 가격이 싼 유럽무기가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군 당국은 성능이 우수한 시호크 쪽에 무게를 두고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가격 측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해 와일드캣으로 선정 기종을 급선회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번 결정은 미국산 무기도 가격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탈락시킨다는 선례를 남긴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이번 해상작전헬기 기종 선정 결과가 8조3천억원 규모의 차세대 전투기 구매 사업을 비롯해 다른 대형무기 구매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올 상반기에만 차세대 전투기(F-X), 대형 공격헬기, 장거리공대지유도탄(JASSM) 등 굵직한 전력증강 사업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는 미국의 록히드마틴(F-35A)과 보잉(F-15SE), 유럽의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유로파이터 타이푼)이 뛰어들어 방사청과 절충교역 등 계약조건에 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아직 가격협상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후보 기종의 가격상승으로 사업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이미 나오고 있다.
특히 유력 기종으로 꼽히는 F-35A는 개발이 늦어지면서 개발비용이 상승, 가격측면에서 부담스럽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미국 보잉사(AH-64D)와 터키 TAI사(T-129)가 경합 중인 대형 공격헬기도 성능 면에선 미국산이 우수하나 가격 경쟁력은 터키 제품이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장거리공대지유도탄도 미국의 재즘(JASSM)과 독일의 타우러스(TAURUS)가 경쟁 중이다. JASSM은 미 의회의 판매 승인이 떨어지지 않았고 타우러스는 가격협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의 첨단무기는 정부간 계약인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이 적용돼 기술이전에 인색하고 가격 협상에도 한계가 있다.
군 관계자는 “국방예산의 제약이 커지고 있어 성능이 우수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첨단무기만 고집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세대 전투기와 같은 전략무기는 가격조건만으로 선정할 수 없고 한미동맹이라는 정치적 변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당초 작년 말 방위사업청이 해상작전헬기 후보기종에 대한 기종결정 평가가 끝난 직후만 해도 시호크가 최종 기종으로 선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시호크는 무장능력과 엔진출력 등 성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헬기 가격이 미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당초 의회에 제출한 가격 1조900억원(8대)에 비해서는 낮아졌으나 우리가 만족할만한 가격까지는 떨어지지 못해 끝내 구매 협상은 타결되지 못했다.
군 소식통은 “FMS(대외군사매각) 방식이 적용된 시호크 측에서 최종 가격조건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계약가격을 낮추는 대신 후속 군수지원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으려고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와일드캣은 ▲최대이륙중량 ▲대잠수함 탐지능력 ▲무장능력 ▲비무장상태 체공시간 등에선 시호크에 비해 떨어지나 레이더 성능이 우수하고 크기가 작아 차기호위함(FFX)에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군이 운용하는 링스헬기의 후속모델이어서 기존 무기체계와의 운용연계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