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2명 중 1명 에이즈인 나라… 한국인이 의대 세운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2. 14. 16:11

 

2명 중 1명 에이즈인 나라… 한국인이 의대 세운다

  • 이재준 기자
  •  

    입력 : 2012.02.14 00:45

    건국대 윤춘경 교수, 스와질란드에 종합대학 추진
    지난 1일 첫 의대 입학식, 내년 7개 단과대로 개교 예정… 학교땅·교직원 급여는 스와질란드 정부가 약속

    "스와질란드는 한국을 닮고 싶어합니다. 우리가 어려운 시절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았듯 이제는 우리가 도움을 베풀 차례입니다."

    윤춘경(56·사진) 건국대 환경과학과 교수는 13일 "그곳에 종합대학을 세우기로 결심한 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을 수천 번 되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의 남부 스와질란드는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수준이지만 국부(國富)와 교육·의료 기회가 소수 백인에게 집중돼 다수 흑인이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곳이다. 에이즈 감염률은 100명당 45명, 영아 사망률은 1000명당 63.09명에 이른다.

    윤 교수는 " 현재 수도 음바바네에서 건설중인 SCU(스와질랜드 기독교대학)를 올해 말 완공시켜 내년 9월 의과·약학·간호·공과·교육·예술·신학대 등 7개 단과대, 10개 학과로 개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SCU는 인근 건물을 임대해 의대 대학원부터 개설하고 지난 1일 학생 30여명을 대상으로 입학식을 가졌다. "부족한 의사를 빨리 키워달라"는 현지 정부의 요청 때문이었다. "가정의학과 수업을 듣는 사람 22명 중 17명이 인근 남아공 등지에서 공부한 간호사이고 5명이 의사입니다."

    윤 교수가 이곳에 대학을 세우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2005년 1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열린 '선교사 회의'에서 선교사 김종양(60)씨를 만난 것이 계기였다. 김 선교사는 "스와질란드는 에이즈가 최초로 발생한 나라이며, 에이즈 감염률이 45%에 달하지만 병원 수준은 기껏해야 우리나라 보건소 수준"이라며 "의료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스와질란드 음바바네에서 페터슨 드라미니 스와질란드 교육부 대학국장, 부시 마가굴라 보건복지부 의정국장 등이 참관한 가운데 SCU 의대 가정의학과 수업이 열리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시작된 이 수업엔 스와질란드 학생 22명이 참석하고 있다. 이 수업은 의대·간호대 학부를 마친 의사와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학원 수업이다. 학생 연령대는 25세부터 37세까지이다. /아프리카대륙비전 제공
    윤 교수는 2006년 김 선교사의 요청으로 스와질란드를 방문해 구두자 다미니 스와질란드 국회의장을 만났다.

    "구두자 의장은 '한국도 외국 도움으로 6·25전쟁을 넘기고 발전하지 않았느냐. 이제는 우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어요.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지요."

    그는 스와질란드도 한국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김 선교사가 2002년 현지에 세운 고등학교엔 처음에는 글도 읽을 줄 모르는 학생이 태반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작년에 미국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학생이 나왔습니다. 처음엔 의과 관련 대학만 세우려고 했는데 정부가 공대, 예술대, 교육대도 부탁을 했어요. 학교 땅 39만㎡와 교직원 급여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요. 도로와 통신망도 다른 아프리카 나라보다 나은 수준입니다."

    윤 교수는 한국에 돌아와 '아프리카대륙비전'이라는 구호 단체를 통해 매달 1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후원자를 모았다.

    자기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도 동참을 권유했다. 10명이 1000명이 되고, 2000명이 됐다. 10억원을 후원한 사람도 있었다.

    구호 단체는 에이즈로 고통받는 주민들과 만나면서 기부의 필요성을 느끼도록 유도하는 여행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SCU는 한국이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리는 또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언더우드가 한국에 연세대를 세우고 세브란스가 세브란스병원을 세운 것처럼, 우리가 세우는 대학도 아프리카 대륙에서 그런 의미를 갖게 되겠지요."

    ☞ 스와질란드

    아프리카 유일의 왕정 국가로, 1907년부터 1968년까지 영국 식민지였다. 인구 112만명에 국토 면적은 1만7000㎢로 강원도 정도 크기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