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고교 중퇴생이 지역별로 행동책까지 두고 학생들한테서 억대의 금품을 뜯었다고 한다. 이른바 ‘일진’들은 학교 주변을 맴돌며 폭력을 대물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만 어렸지 성인 조폭 뺨친 것이다. 더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보복과 두려움에 폭력을 보고도 못 본 척한다고 하니 개탄스럽기에 앞서 실로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적어도 이쯤 되면 학교라 하기에 민망할 정도이며, 학교폭력을 교화와 선도라는 이름으로 공자왈 맹자왈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정부와 사법 당국은 도대체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날로 진화하고 독버섯처럼 퍼지는 학교폭력에 대해 정부와 경찰 등이 내놓는 처방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근본적인 성찰과 고민 없이 우선 소나기만 피하고 보자는 땜질식 처방이 학교폭력을 일소하기보다는 키운 측면이 없지 않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해법을 보자. 학생·학부모 연 1회 이상 학교폭력 예방교실 실시, 연 2회 이상 학교폭력 피해 실태 조사 정도로 뼛속까지 침투한 학교폭력을 뿌리 뽑을 수 있겠는가. 경찰은 어떤가. 무슨 무슨 전쟁이니 떠벌리기만 했을 뿐 제대로 전쟁 한번 치러본 일이 있는가 말이다. 싸우면 안 된다느니, 친구끼리 잘 지내야 한다는 식의 학교폭력 예방교육은 공허한 독백일 뿐 일말의 감흥도 실효성도 없다.
위중한 병일수록 처방은 단순·명쾌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인을 정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이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작금의 현실은 단순히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로만 볼 수 없는 사회문제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교육의 효율성만 따지다 보니 윤리·도덕·규율 등 정작 챙겼어야 할 가치가 실종된 데 따른 반작용임에 틀림없다. 학교폭력은 학교라는 공간에서 발생한다. 교사들의 책임이 무거운 이유다. 학교폭력의 방관자는 아니었는지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성인 10명 중 9명이 학교폭력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원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상황에 따른 극약처방과 함께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인성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