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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샤넬 값 끌어올리는 중국/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2. 2. 8. 18:52

[특파원 칼럼] 샤넬 값 끌어올리는 중국

  • 이성훈 파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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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2.01 23:18

    이성훈 파리 특파원

    중국의 '큰손'들이 세계 여행업계와 명품업계를 먹여 살린다는 건 더 이상 뉴스도 아니다. 하지만 그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면서 '이 정도까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프랑스는 지금 겨울 세일 중이다. 줄곧 눈독을 들였던 옷과 구두, 가방을 위해 파리지앵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즌이다. 그들은 요즘 "원하는 물건을 사려면 중국인들이 싹쓸이하기 전에 백화점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싶어 이른 아침에 백화점을 찾았다.

    오전 9시 20분, 개점까지 아직 10분 남았는데 관광버스 한 대가 백화점 앞에 멈췄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을 맞아 프랑스에 여행 온 30여명의 중국 관광객이었다. 이들은 열리지도 않은 백화점 문 앞에 진을 치고 있다가 셔터가 올라가자 1층 매장으로 직행했다. 이곳엔 샤넬·루이뷔통·구치 같은 명품 브랜드가 모여 있다. 기자는 물건 대신 쇼핑객들의 차림새와 말을 살피며 매장을 돌아다녔다.

    샤넬 매장에는 5명의 중국인 쇼핑객과 중국어를 하는 중국인 매니저 두 명이 있었다. 매장 입구에 줄을 선 5명의 쇼핑객도 모두 중국인이었다. 프랑스인이라고는 매니저 두 명과 문 앞을 지키는 보디 가드 두 명이 전부였다. 루이뷔통 가방 매장에는 20여명의 중국 관광객이 쇼핑에 열중이었다. 드문드문 한국말도 들렸다. 그 앞에서 20여분을 지켜보는 동안 중국인과 한국인을 제외하고는 일본인 네 명과 영어를 쓰는 쇼핑객 세 명을 봤을 뿐, 프랑스인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물론 프랑스인이 드물었던 건, 현지인은 굳이 그렇게 이른 시간에 쇼핑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 시간의 백화점 풍경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가(中價) 브랜드 매장에는 프랑스인이 많지만, 세일도 하지 않는 명품 매장엔 중국인이 절대다수다.

     

    이런 중국 관광객을 소홀히 대접할 수는 없다. 최근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은 중국어 방송을 시작했는데, 표준말인 만다린 이외에 사투리인 광둥어 서비스도 한다. 선전·광저우 부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공항 이용법을 중국어로 제공하는 스마트폰 전용 앱도 개발했다. '영어로 물으면 불어로 대답한다'는 프랑스에서 이런 대우를 받으니, 중국인들 어깨에 힘이 들어갈 만하다. 그래선지 중국 관광객은 값비싼 핸드백을 한 번에 2~3개씩 사가는 경우가 흔하다.

    명품 업체들이 이를 그냥 보고 넘길 리 없다. 제품 가격을 슬금슬금 올리고 있다. 원재료값 상승 등 이유를 대지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이를 진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명품 가격은 원재료값이나 유통비 같은 걸 따져서 산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른 가격이 한국에 가면 '무조건 명품' 심리와 화학반응해서 다시 뛰어오른다. 그래도 사겠다는 사람이 한국에서도 줄을 선다고 한다. 한국에서 '3초 백' '5초 백'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샹젤리제 거리에선 5분이 지나도 보지 못한 것 같다.

    한국의 명품 선호 심리도 중국 못지않다. 소비는 자유다. 다만 명품값 인상의 주요 요인이 디자인·품질·희소가치가 아니라 중국의 '큰손' 때문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안다면 조금은 억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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