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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초점] '이익공유'가 아니라 '가치공유'가 필요하다/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1. 3. 9. 15:08
사설·칼럼
경제초점

[경제초점] '이익공유'가 아니라 '가치공유'가 필요하다

입력 : 2011.03.06 21:58

이지훈 경제부장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불신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한국만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의 '이익공유제' 제안은 이런 분위기를 배경에 깔고 있다.

물론 문제의 씨앗을 뿌린 건 기업이다. 기업은 단기 이윤 극대화에 목을 매면서 장기적 시각을 잃어버렸고, 사회와의 단절을 자초했다. 소비자와 협력업체를 무시하고, 환경을 파괴하고, 지역공동체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이 결국엔 자기 발등 찍기란 것을 몰랐다.

다행히 세계 경영계에선 자성(自省)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14~16세기 유럽에서 종교의 속박에 맞서 인간성 회복 운동인 르네상스가 일어났다면, 최근 경영계에선 기업의 인간성 회복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기업이 되자는 운동이다. 지난 20여년간 경영계를 지배한 '주주 자본주의'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기도 하다.

기업 르네상스 운동이라 할 이 도도한 물결은 시대와 함께 진화하고 있다. 1단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사회책임경영(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말로 대변된다. 그런데 이는 외부의 압력에 대한 기업의 수동적 대응이란 성격이 강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평판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 정도로 간주됐고, 스스로의 경쟁력에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기업과 사회는 서로에게 훼방꾼이란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2단계는 기업이 공동체의 여건을 개선시키면서 스스로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는 '윈윈(win-win)'적 사고방식이다. 이를테면 기업은 환경이나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과 혁신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환경이라는 지구적 대의(大義)를 사업 기회와 연결시킨 GE의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환경친화적 상상력)' 비전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이는 기업의 목적함수 자체를 보다 크게 정의한다는 점에서 1단계보다 훨씬 원대한 것이며, 사회적 목적을 기업의 이윤 동기와 결부시킨다는 점에서 보다 지속 가능성이 큰 것이기도 하다. 정운찬 위원장의 주장처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말하듯이 '가치를 공유(shared value)'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이익공유제는 이윤 중심의 옛날 목적함수를 그대로 둔 채 이윤에서 강제적으로 빼서 사회에 나눠준다는 점에서 1단계의 분배적 접근에 가까워 보인다.

요즘 기업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더라도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상생(相生)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사회의 목적과 기업의 목적이 정방향 정렬될 때 창출되는 가치가 의외로 크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대중에게 지혜를 얻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시대이다. 애플이 성공하는 것은 아이팟이나 아이폰, 아이패드와 같은 제품의 경쟁력만이 아니라 협력업체들과 수익을 배분하고 함께 발전하는 환경을 만든 데 기인한다는 점을 기업들은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다.

상생을 위한 규제는 기업의 목적함수가 사회와 호혜적인 것이 되도록 큰 틀을 잡아주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 '이익 공유'란 용어에서 연상되는 뺄셈형·대립형 규제가 아니라, '가치 공유'란 말로 대변되는 덧셈형·윈윈형 규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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