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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데스크] 스토리 산업 불모지대

鶴山 徐 仁 2010. 11. 18. 06:00
사설·칼럼
조선데스크

[조선데스크] 스토리 산업 불모지대

입력 : 2010.11.15 22:08

김태훈 문화부 차장대우

국회 교육과학위원회 권영진 의원이 얼마 전 국회에서 서울 시내 8개 주요 대학의 도서관 대출 자료를 공개했다.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가 3개 대학에서 1위를 했고, '공중그네' '냉정과 열정 사이' '상실의 시대' 등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본 소설들이 상위권에 올랐다. 당장 "명문대 학생들의 인기도서 1위가 고작 중·고생용 판타지냐"는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스토리 산업'이란 측면에서도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시장을 외국에 거의 빼앗긴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1년간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작가 10명을 조사해 최근 발표했다. 범죄 스릴러의 대가인 제임스 패터슨이 7000만달러로 1위에 올랐고, 로맨스 소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쓴 스테프니 메이어와 호러 소설로 잘 알려진 스티븐 킹이 그 뒤를 이었다. 법정 소설의 대가 존 그리샴과 조앤 롤링 등도 10위 안에 들었다.

이들 10명이 벌어들인 돈은 약 3000억원이다. 제임스 패터슨은 저작권 수입을 포함해 1000만 달러를 외국에서 벌었다. 꽃미남 흡혈귀가 등장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영화 제작과 비디오 게임, DVD, 영화 내려받기, 심지어 뱀파이어 캐릭터를 활용한 보석 제작 등으로 확산되면서 세계적으로 8조원 가까운 '뱀파이어 산업'을 일으켰다.

미국 '베스트셀러 소설가 톱 10'은 한결같이 순수문학 아닌 장르문학 작가들이다. 패터슨은 한 달에 한 권꼴로 작품을 쓰는데, 이는 개인의 능력을 벗어나는 생산량이다. 당연히 '소설 공장'을 만들어 집단창작한 뒤 패터슨의 이름으로 낸다. 전공 장르를 정해 작가의 이름을 브랜드화해서 시리즈로 책을 내고, 소설 출간 외에 다양한 수입원을 개발한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스토리 산업인 셈이다.

스토리 산업에 대한 공공 차원의 관심과 지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미국 텍사스 주는 지난달 17일 상원의원실에서 낭독회 대상 소설로 저스틴 크로닌의 베스트셀러 흡혈귀 소설 '패시지'(The Passage)를 선택했다. 텍사스의 거리를 인기 소설에 등장시켜 홍보해 주었다는 이유에서다. 영국은 책이 대출될 때마다 저자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공공대출권프로그램(PLR)으로 대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소설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잡지 편집장들을 대상으로 지난 달 실시한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조사에서 조앤 롤링이 축구선수 베컴의 부인이자 디자이너인 빅토리아와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누르고 1위에 올랐을 만큼 대중 스토리 작가에 대한 평판도 긍정적이다.

하다못해 관광 가이드도 스토리를 섞어 설명하면 차원이 달라진다.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스티브 잡스'라는 한 인간의 기막힌 스토리와 결합하면서 그 가치가 증폭됐다. 스토리가 있는 상품과 없는 상품은 당장 값 차이가 나게 되는 세상이다. 스토리 산업 원천으로서의 문학도 생각해야 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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