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9일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승조원 46명의 이름을 일일이 불렀다. 이 대통령은 이날 TV방송으로도 생중계된 ‘천안함 희생장병 추모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으로서 무한한 책임과 아픔을 통감하면서 살아있을 때 불러보지 못했던 사랑하는 우리 장병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본다”며, 이창기 원사를 시작으로 장철희 이병에 이르기까지 희생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계급순으로 불러내려 갔다.
검은색 양복과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감정이 격한 듯 울먹였고, “편안히 쉬기를 바란다. 명령한다”는 대목에서는 결국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호명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관등성명을 대면서 우렁차게 복창하는 소리가 제 귀에 들리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날 연설에서 장병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것은 이 대통령이 직접 낸 아이디어라고 한다.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 본인이 그런 절절한 (추모의) 뜻을 전했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해 “끝까지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고 다짐하고 “그 결과에 대해 한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국가 안보는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는 평소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 ▲ 연설 중 눈물을 흘리다 손수건을 꺼낸 이 대통령 /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또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철저히 찾아내 바로 잡아야 할 때”라고 밝혀 군(軍)을 중심으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수석은 “초기 (천안함) 보고 상황이라든가 최근의 잇따른 헬기 추락이라든가 이런 것에 대해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개혁과 개선의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국군 최고통수권자로서 희생된 장병에 대한 추도의 뜻을 밝힘과 동시에 국론을 하나로 모으기 위한 취지였다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이 대통령이 오는 20일 여야 3당 대표와 오찬감담회를 갖는 데 이어 전직 대통령, 군 원로, 종교단체 지도자 등을 잇따라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고가 어느정도 정리되면 직접 대국민 담화 형태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차로 천안함 함수 인양이 마무리 되고 사고 원인에 대한 합동조사단 발표가 이뤄진 후 대국민 담화 형태로 입장 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의 정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은 그간 KBS 라디오와 인터넷을 통해서만 방송됐지만, 이날 연설은 KBS·MBC·SBS 등 지상파 방송 3사와 YTN 등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에서 모두 생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