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고 싶지 않지만 살아 있는 동안 어쩔 수 없이 '동행'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아무리 낙천적인 성격일지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이 쌓여 병이 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면 어떻게 그것을 해소하느냐가 관건이다. 가장 좋은 약 중의 하나는 역시 여행이다. 이번 주 떠남의 장소는 거제도. 해안도로를 따라 비경이 늘어선 아름다운 섬 여행을 하며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리자.
거제도는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해안선의 길이만도 386.6㎞에 이를 정도다. 한 손으로 꼭 쥐어 으깬 고구마처럼 여기저기 툭툭 튀어나온 해안선이 전체적으로 무척 복잡하다. 거제도는 이 해안을 따라 도는 맛이 특별한 섬이다. 능포에서 홍포까지 이어지는 동남부 해안길이 특히 백미다. 해안 곳곳에 걸음을 잡아채는 비경이 가득하다.
능포는 거제의 동쪽 끝에 자리하고 있는 한산한 어촌이다. 거제의 다른 여행지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한 탓에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다. 이곳에는 양지암조각공원과 장미공원이 있는데 조용히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언덕 위에 자리한 양지암조각공원 위에 서면 능포항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해오름 풍경이 특히 아름답다. 바로 곁에 있는 장미공원은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7000여 그루의 나무에서 장미가 일제히 피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능포에서부터 길은 장승포, 지세포를 거쳐 구조라로 향한다. 구조라에 이르기 직전에는 '비밀의 화원'인 공고지수목원이 있다. 예구마을 쪽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가면 된다. 마을에서 20분쯤 산을 넘어 들어가면 수목원인데, 노부부가 40년 넘게 일군 곳이다. 바다와 바로 접한 수목원에는 수선화와 철쭉, 종려나무 등이 많다. 두어 시간쯤 투자한다면 모두 둘러볼 수 있다.
구조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어촌이다. 툭 튀어나온 지형 양쪽으로 해수욕장이 형성돼 있다. 학동몽돌, 도장포, 해금강과 함께 외도해상공원 가는 배가 출항하는 곳이다. 두 개의 해수욕장 가운데로 남쪽에서 보면 멀리 '바람의 언덕'의 모습이 보인다.
구조라에서 바람의 언덕까지는 20분이 채 걸리지 않는 거리다. 그 중간쯤에 학동몽돌해수욕장을 지난다. 거제는 몽돌해변이 모래사장만큼 많은 곳이다. 학동해변뿐만 아니라 공고지 앞 해변과 남쪽 끝자락의 여차해변도 몽돌(울퉁불퉁한 돌)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곳이 학동해변이다. 40~50m 넓이의 몽돌해변이 1㎞가량 이어져 있다. 이곳의 몽돌은 여느 곳에 비해 크다. 바다와 접하는 부분일수록 몽돌이 더 크다.
학동해변에서 바람의 언덕으로 가는 길가에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백림이 약 3㎞에 걸쳐 있다. 천연기념물 제233호로 지정돼 있다. 이곳 동백림은 세계 최대 규모의 팔색조 번식지이기도 하다. 동백림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출입이 통제된다.
동백림을 관통하며 난 도로를 따라 달리면 닿는 곳이 도장포다. 우측으로 신선대, 좌측으로 바람의 언덕이 자리하고 있다. 신선대는 도장포 분교 옆길로 내려가면 나온다. 신선대는 해안 한가운데 자리 잡은 커다란 바위로, 갓처럼 생겼다고 해서 갓바위라고도 불린다. 이곳에서 소원을 빌면 공직에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바람의 언덕은 도장포 유람선선착장에서 바로 앞에 보이는 민둥머리 언덕이다. 조금 가파른 길을 따라 10분쯤 걸어가면 언덕 위에 닿는데 어디서 불어오는지 정말 시원한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탁 트인 전망이 워낙 좋아 드라마와 영화촬영지로도 각광을 받는다.
도장포에서는 해금강이 지척이다. 이곳까지 왔다가 그냥 돌아갈 수 없다. 외도행 유람선을 타면 해금강에 들렀다 간다. 해금강은 남부면 갈곶리에서 떨어져 나간 바위섬을 일컫는다. 유난히 약초가 많아 '약초섬'이라고도 불린다. 지난 1971년 명승 제2호로 지정되었다. 십자로 갈라진 남동쪽 큰 바위 섬의 몸체를 비롯해 그 안의 일월봉, 미륵바위 그리고 북쪽의 사자바위 등이 바다 위의 금강을 완성한다.
도장포에서 해금강을 거쳐 외도까지 가는 데는 약 25분이 걸린다. 외도는 거제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매김된 해상식물농원이다. 버려지다시피 했던 쓸모없는 섬을 40년 동안 일구어 현재에 이르렀다. 이국적인 건물과 희귀 아열대식물, 튤립과 장미 등이 만발해 지상낙원을 연상케 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지금까지가 주변에 명소들이 많아 좋은 해안 길이었다면, 도장포에서부터는 길 자체가 멋진 해안 길이다. 도장포에서 여차를 돌아 홍포 너머로 길이 계속되는데, 백미는 여차에서 홍포 구간이다.
도장포에서 남쪽으로 10분쯤 길을 달리면 다포삼거리에 이른다. 오른쪽을 택하면 바로 홍포로 가는 길, 왼쪽을 택하면 여차를 지나 홍포로 가는 길이다. 여기서 왼쪽으로 가야 한다. 도로는 여차까지 포장이 잘 되어 있다. 여차는 활처럼 휜 몽돌해변이 인상적인 곳이다. 학동해변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휴가철에도 사람들이 그리 붐비지 않는다.
여차에서부터 시작되는 비포장길은 폭이 좁긴 하지만 교행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다. 험한 구간은 중간 중간 콘크리트로 포장도 해놓아 일반 승용차도 무리가 없다. 산허리를 휘감는 이 길 왼쪽으로 바다가 함께 달린다. 도중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대병대도와 소병대도, 등가도, 매물도, 가익도, 가왕도, 어유도 등 수많은 섬들이 바다 위에 올망졸망 떠 있는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그 위로 배들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며 이내 지워지고 말 포말로 흔적을 남긴다.
한편 거제에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2월 설치된 포로수용소유적공원과 일제강점기 때 활동했던 생명파 시인 유치환을 기리는 청마기념관, 철마다 바꿔 피는 야생화와 희귀식물들이 어우러진 산방산비원 등 볼거리도 많다. 먼 걸음을 한 차에 여유롭게 시간을 잡고 찬찬히 둘러보면 좋을 듯하다.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대전·통영 간 고속국도 통영IC→거제대교→포로수용소→능포
★먹거리: 회도 좋지만, 거제에서는 별미인 멍게비빔밥을 맛보아야 한다. 포로수용소 주변에 멍게비빔밥을 잘하는 집들이 많다. 그중 원조로 이름난 곳이 백만석식당(055-638-3300)이다. 요즘은 특히 멍게의 맛과 향이 좋을 때다. 참기름, 김가루, 깨소금, 얼린 멍게젓갈 등을 넣고 비벼먹는데 쌉싸래하니 절로 입맛이 돈다.
★잠자리: 장승포 방파제 앞에 있는 라이트하우스호텔(055-681-6363), 바람의 언덕에 자리한 거제훼밀리호텔(055-632-6377) 등이 전망 좋다. 관광명소마다 숙박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문의: 거제시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geoje.go.kr) 055-639-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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