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형두 편집위원 = 그곳엔 휴식이 있다. 상큼한 바람이 있고, 그윽한 향기가 있다. 하지만 그곳엔 해충이 없다. 모기나 파리같은 벌레가 없다. 심신이 쉬었다 가기 딱 좋은 곳이다.
편백숲-. 측백나무과의 침엽수인 편백나무는 쭉쭉 뻗어오르는 품새가 무척 씩씩해 보인다. 상록수여서 그 푸르름을 사시사철 감상하고 즐길 수 있어 더욱 쏠쏠한 나무다.
이 나무의 원산지는 일본이란다. 일제시대인 1920년대에 국내에 들어와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분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 전남 장성의 편백림을 비롯해 전남 장흥 편백림, 제주 서귀포 편백림, 경남 남해 편백림이 유명하다.
편백나무의 첫번째 미덕으로 꼽을 수 있는 건 향기다. 은근한 향기를 발산하는 피톤치드는 자신을 해충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휘발성 항균물질. 국내 수종 가운데 가장 많은 피톤치드를 내놓는 게 바로 편백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한여름에도 이 숲에선 모기장이나 모기약의 도움없이도 편안하게 잠에 빠져들 수 있다. 파리조차도 찾기 힘들다니 이색 나무임은 분명하다. 한방에선 출혈 등에 효과적인 약리 작용을 한다고 본다.
여기에다 재질이 단단하고 결이 고와 근래들어선 인테리어 목재로도 요긴하게 쓰인다. 웰빙 붐을 타고 책상과 침대용으로 인기가 높다. 집안에서 삼림욕의 효과를 보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비누, 샴푸 같은 생활용품의 방향제로도 사용된다.
가구의 편백 향기가 엷어지면 물걸레로 닦아내거나 물에 담가 사용하면 향이 진해진다고 한다. 피톤치드가 휘발성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히노키탕'에서 편백나무를 활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가 있다고.
편백림은 무엇보다 산책을 하기에 그만이다. 가장 좋은 계절이 5월과 6월. 물론 상록수여서 사계절 아무 때나 찾아도 괜찮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숲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몸과 마음이 편하게 이완됨을 느낀다. 행복은 바로 이 이완에서 온다고 하지 않던가.
국내에서 가장 큰 편백림 치유숲이 곧 준공된다고 한다. 전남 장흥 억불산 경사면에 조성되고 있는 우드랜드가 그것이다. 2007년 공사 착공 이후 2년 만이란다. 산책로, 노천탕, 통나무집, 목공예체험장, 목재문화전시관, 황토흙집 등의 시설이 다채롭게 들어섰다. 일반인들에게 이미 개방돼 있는 가운데 준공식은 7월에 가질 예정이다.
이 사업의 초점은 치유에 맞춰졌다. 피톤치드 효과를 통해 마음수련과 심신안정, 질병치유를 겨냥하고 있는 것. 삼림욕, 풍욕, 요가, 명상, 한방을 두루 이용해 탐방객들에게 서비스하게 된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에서 잠시 빠져 나와 치유의 편백숲에 몸과 마음을 맡겨보면 어떨까. 대도시에서 거리가 먼 만큼 느림의 고장인 장흥 편백림에서는 고단하고 상처받은 영혼을 다독거리고 원기를 되찾을 수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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