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당신을 위한 청정지
휴식의 명당
답은 간단하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그곳이 바로 휴식의 명당이다. |
완연한 가을이다. 이 계절엔 청명한 햇살 아래 사색에 젖어 산책할 만한 여행지가 제격이다. 명당으로 떠나는 여행은 삼림욕을 즐기는 것처럼 기분 좋은 여행길을 보장한다. 특히 서울 근교의 명당에서 휴식을 겸할 수 있는 나들이라면 부담없이 주말 한때를 즐길 수 있다. 릴랙스 명당이라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장소가 곧바로 연상되지는 않는다. 이럴 땐 발상을 뒤집어 보라. 죽은 사람의 집, 바로 묘지가 바로 릴랙스한 명당이 될 수도 있다. 이때는 동구릉이나 공동묘지 같은 곳이 아니라 아담하고 전망이 수려한 곳이 좋겠다. 대표 장소로 들 수 있는 곳은 망우리공원묘지.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으로 최고의 산책 코스로 손꼽힌다. 아늑한 산책로를 걷다 보면 사색에 젖은 철학자가 된다. 유명산과 광해군묘는 분지형 산세를 솔숲이 둘러싸고 있어 호젓하고 낭만 가득한 운치가 느껴진다. 수도권 외에도 릴랙스 명당은 도처에 많다. 흔히 말하는 경승지가 아니더라도 함양의 상림, 하동의 송림도 사색을 즐기기에 좋은 곳으로 손꼽힌다.
망우리공원에는 산중턱을 깎아내 만든 작은 산책로가 있다. 입구의 관리사무소에서 시작해 공원을 한 바퀴 도는 4.7km의 산책 코스다. '사색의 길'에 들어서 서울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길을 돌면 한강이 보이는 산책로와 만난다. 망우리 최고의 명당은 한용운의 묘.
만해 한용운의 묘는 망우리공원 정상 부근에 정남향으로 자리 한다. 묘에서 바라보면 휘돌아 흐르는 한강과 상류의 팔당댐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풍수를 모르는 사람도 '명당'임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조망이 좋아 마음이 평온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공원 정문 앞 관리사무소에서 안내 지도를 얻으면 박인환, 이중섭, 방정환의 묘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명산은 풍수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아담하고 넉넉한 산세를 자랑한다. 산은 그리 높지 않지만 입구의 계곡은 깊은데다 수림이 우거져 있고 계곡을 따라 산행을 하면 완만하고 급한 등산로가 교차되어 지루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로 통한다.
지금은 유명산의 속살을 가로지르는 오프로드 코스가 인기 있다. 용문산에서 대부산과 유명산 방면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도중에 잠시 고도를 낮추는데 설매재 자연휴양림은 배너미재 남쪽 해발 약 500m대에 있다. 이 휴양림에서는 남서쪽 아래로 분지를 이룬 옥천면과 남한강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곳은 드라마 <다모>의 촬영지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채옥(하지원 분)이 산길을 오르자 넓은 초지가 펼쳐지는 장면 속의 배경지가 바로 이곳이다. 최근 설매재 휴양림과 솔베르크, 쏠비알 등 별장식 펜션 단지가 들어서면서 편의성을 갖췄다. 유명산을 배산으로 용천을 임수로 자리한 펜션에서 하룻밤 묵는다면 몸과 마음이 맑아진다.
금곡에는 명성황후의 묘인 홍릉이 있고 단종 비의 묘인 사릉이 지척에 있다. 광해군의 묘는 홍릉과 사릉의 중간 지점에 있다. 풍수가들이 말하는 광해군묘는 자타가 공인하는 명당은 아니다. 산 전체가 분지 형태의 지기이고, 유별나게 굽은 소나무가 묘를 감싸고 있다.
대군의 묘라 규모도 작고 주변을 꾸미거나 관리한 흔적도 없다. 묘는 대군(大君)의 예를 갖췄기 때문에 왕릉에 비하면 초라하게 느껴진다. 광해군은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었기 때문에 왕릉에 있는 석물이 없고 묘 앞에 비석, 상석, 망주석, 문인석이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묘 앞쪽에서 바라보면 문인석이 유독 크고 망주석이 더 작다. 광해군묘의 운치는 묘 앞쪽이 아니라 뒤편의 솔숲에 있다. 묘를 둘러싼 작은 담장 주변으로 소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 바로 이곳이 휴식 포인트다. 유별나게 굽은 소나무가 많고 산줄기가 감싸고 있어 천천히 사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 솔잎이 제법 두툼하게 쌓인 소나무 사이에 앉으면 굽은 소나무의 실루엣이 겹쳐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청명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솔숲에 앉아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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