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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며 겨자먹기’로 등록금 내는 신입생들
서울신문 취재 결과 많은 대학에서 신입생과 재학생의 등록금 인상률을 다르게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재학생은 4∼9%의 인상률을 적용하는 반면 신입생에게는 6∼12%의 인상률을 적용했다. 원광대는 재학생 등록금이 동결됐지만 신입생은 11.9%나 인상해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대학들은 한결같이 ‘수익자 부담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건물 신축이나 강의 확대 등 혜택의 실익을 신입생이 가장 오랜 기간 누린다.”면서 “그 부담을 신입생이 많이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이유라면 2학년 이상 재학생에게도 각기 다른 인상률을 적용해야 하지만 대학들은 이들에게 똑같은 인상률을 적용한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동언 간사는 “재학생의 강경한 등록금 투쟁으로 확보하지 못한 예산을 신입생에게 전가시키려는 속셈”이라면서 “신입생은 ‘울며 겨자먹기’로 등록금을 납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값 입학금’의 용처는?
신입생을 울리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등록금과 별개인 입학금도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싸다. 취재 결과 서울 주요 사립대 입학금은 90만∼100만원이었다. 국립대인 서울대의 입학금이 16만 9000원인 것에 비하면 5∼6배에 이른다. 고려대는 102만 9000원으로, 사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입학금이 100만원을 넘어섰다.
대학들은 ‘금값 입학금’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거나 ‘신입생 관련행사 비용’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입학금이 처음에 책정된 뒤 등록금 인상률을 그대로 적용시키다 보니 100만원 수준으로 올라갔다.”면서 “오리엔테이션이나 입학식과 같은 신입생을 위한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부분 ‘학생회 위탁’으로 치르지고 있어 입학금을 많이 받을 이유가 없을 뿐더러 설령 대학이 행사를 기획한다 하더라도 비용이 한 사람에 100만원에 이른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 서울지역 대학의 전 부총학생회장인 최모(27)씨는 “오리엔테이션은 학교쪽에서 학생회에 400만∼500만원을 지원해주고 학생회가 행사를 기획해 진행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따로 지출하는 비용은 거의 없다.”면서 “유명 연예인의 초대비용을 감안해도 한 사람에 100만원씩 걷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 간사는 “대학이 입학금의 용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수업료와 다름없이 대학 회계에 편입시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신입생에 대한 횡포”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