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1049명 전원 강의평가 점수 공개
오영교 총장 "수요자에게 충분한 정보 제공"
학생들 "수강신청에 도움"… 교수들은 흥분
- ▲ 지난 19일 오후 동국대학교 컴퓨터실에서 이 학교 신입생들이 새 학기 수강신청을 하며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된‘교수 강의 평가 점수’를 확인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강의 성적표가 공개되자 동국대 교수 사회는 "제자들 앞에서 교수 망신을 줘도 유분수지, 이럴 수가 있느냐"며 발칵 뒤집혔다. 동국대 교수회 회장 정재형 교수(영화영상학과)는 "학자 출신이 아닌 총장이 교수들과 충분한 협의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오영교 총장은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이 제품(강의)을 선택할 때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 아래 교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점수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높은 평가점수를 받은 교수들은 짐짓 느긋하다. 이번 강의평가에서 전임교수 이상 중에서는 200점 만점에 195.5점을 받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의 황진환 (37)교수가 1위, 189.71점을 받은 연극학과 이윤택(56) 교수가 2위, 189.49점을 받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이성철(51) 교수가 3위를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황 교수는 "아직 초보 교수여서 강의 하나를 준비하는 데 7~8시간씩 걸려 고생을 했는데, 이런 점이 학생들에게 오히려 높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1학기 임용된 신임 교수다. 꼴찌는 인문·사회계열 A교수가, 하위 2, 3위는 모두 자연계열 교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최순열 학사부총장은 "대체로 신임 교수들의 점수가 높고, 정교수들의 점수가 낮은 편"이라며 "정교수가 돼 자리가 보장되면 초임 교수 시절의 열정이 사라져 강의 수준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점수 공개 대환영
학생들은 강의평가 점수 공개에 대환영이다. 국제통상학과 4학년 윤은진(25)씨는 "선배들한테 소문으로만 듣던 교수님들의 강의 실력을 객관적인 점수로 확실히 알게 됐다"며 "평가 점수가 나쁜 교수님 강의는 이번 수강신청 때 하나도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나리(22·회계학과)씨는 "오래된 교수님들은 제대로 수업준비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점수가 공개되면 이런 분들이 자극을 받으실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개된 교수들의 평가점수는 학생들의 수강신청에 냉정하게 반영됐다. 24일 동국대 집계 결과, 재학생 수강 신청이 마감된 지난 18일 현재, 평가 상위 10위권 교수들의 강의 14개 중 8개(57%)가 마감됐다. 반면 하위 10위권 교수들의 강의 26개 중에는 7개(26%)만 마감됐다. 신입생까지 수강신청이 끝난 20일을 기준으로 하면 하위권 교수 강의 중 4개는 수강 신청자가 9명 이하여서 폐강 위기에 놓였다.
미국과 유럽 대학은 우리보다 교수 강의 평가가 훨씬 엄격하고, 결과 공개도 더 광범위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각 교수마다 평가점수뿐 아니라 학생 10여 명의 신랄한 코멘트까지 첨부돼 공개된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은 학생들이 학과 사무실로 찾아가 수시로 교수 평가서를 제출하고, 교수 교체까지 요구할 수 있다.
동국대는 3월 중 평가 점수가 높은 교수에 대해서는 별도로 보상하기로 했다. 또 평가 점수가 나쁜 교수들을 상대로 강의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티칭 클리닉(Teaching Clinic)' 운영을 강화할 계획이다.
'敎育.學事 關係'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국대 교수들 ‘강의평가’ 점수 공개 반발 (0) | 2008.02.26 |
---|---|
'스타 CEO' 곤이 고려대에 간 까닭은? (0) | 2008.02.25 |
방송대, '대학로 30년시대' 끝나나 (0) | 2008.02.25 |
“로스쿨 정원 150명 제한 완화 추진 LEET 별도기관서 문제은행식 출제 (0) | 2008.02.25 |
‘법무대학원’ 존속시킬 듯 (0) | 2008.0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