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공무원수 66% 줄이는 인기없는 정책이라도 밀고 나가야 합니다

鶴山 徐 仁 2008. 2. 25. 20:05

이명박 정부의 '개혁모델' 뉴질랜드 볼저 前 총리

웰링턴(뉴질랜드)=박용근 기자

 

 

"국가지도자는 인기 없는 정책이라도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밀고 나가야 합니다." 지난 90년부터 98년까지 뉴질랜드 정부개혁을 총지휘했던 짐 볼저(Jim Bolger·73) 전 총리가 25일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에게 해준 충고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뉴질랜드를 정부개혁의 모델로 삼고 있다. 1990년대 세계인들은 인구 400만명 규모의 조그만 섬나라에서 진행된 정부개혁 실험을 경탄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공무원 조직은 늘어가기만 한다'는 영국 역사학자 파킨슨(Parkinson)의 이름을 딴 '파킨슨 법칙'은 그 나라에서 철저히 깨졌다. 1985년부터 1994년 까지 약 10년 간 뉴질랜드 중앙부처 공무원 수는 9만명에서 3만명으로 감소했다.

본지는 지난 12일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에서 짐 볼저 전 총리(현 키위뱅크 회장)를 만났다. 그는 "노동시장 개혁과 사회복지 축소 같은 인기 없는 정책을 추진할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그 것이 지도자의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볼저 전 총리는 "개혁을 성공하려면 반대자뿐 아니라 내부(정부 및 여권)까지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리로 취임했던 당시 뉴질랜드 상황은?

"첫 날부터 최악이었습니다. 총리로 취임한 지 몇 시간 만에 뉴질랜드은행(정부가 대주주였음)이 파산직전이라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긴급히 구조금융을 마련하고, 정부 예산안을 다시 짜야 했습니다. 구조개혁을 끊임없이 해야 할 나의 운명이 정해진 날이었습니다."

―그런 운명을 거부할 수도 있었을 텐데.

"정치 지도자는 끊임없는 유혹에 시달립니다. 국가장래를 위해 인기 없는 정책을 밀고 갈 것인지, 잠시의 인기를 위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정책을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거부하는 것은 국가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닙니다."
―밀고나간 '인기없는 정책'의 예를 든다면.

"(1984년 외환위기에 직면한 상태에서 출범한) 전임 노동당 정권이 비대해진 공무원 수를 줄이고, 정부 부처를 줄이는 일에 주력했습니다. 저는 (정부 구조조정뿐 아니라)전임정권이 부담스럽다고 미룬 사회복지 축소, 노동시장 개혁 등까지 동시에 추진했습니다. 복지지출을 줄이고, 노조의 권한을 제한하는 정책은 너무도 인기 없는 정책이라 사회적 반발이 상상을 초월했죠. 취임 초기엔 강성노조가 파업한 직장에 '폐쇄'라는 수단까지 동원해 노동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당시 뉴질랜드에선 노동자, 연금수령자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여당 내에서도 "너무 급격한 개혁은 차기 선거에 패배원인이 된다"고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위기를 어떻게 돌파했나.

"저는 개혁을 반대하는 상대방에게 '이 개혁이 성공하면 어떤 혜택이 올 것인지' 미리 얘기해주는 식으로 설득했습니다. 물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단기적인 손해를 감수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들을 설득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입니다. 2~3년 간 경제가 안 풀려서 힘들었지만, 결국 뉴질랜드 경제가 장기성장 궤도에 들어서는 게 결정적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한국과 뉴질랜드 같은 작은 나라가 살 길은?

"개혁과 개방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뉴질랜드는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보호무역주의가 강했던 '요새(fortress)'로 불렸던 나라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농산물 독점 수출권이 사라지면서 위기가 닥쳤습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농민에 대한 보조를 완전히 철폐했고, 모든 수입품에 문호를 열었습니다. 어느 정도 고통은 있었지만, 뉴질랜드 농민들이 생산한 낙농제품은 이제 세계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한국의 새 지도자에게 들려줄 말이 있다면.

"새 정부는 항상 개혁을 추진하는 법입니다. 그것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반대자 뿐 아니라 내부까지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춰야 합니다. 뉴질랜드의 많은 지도자들은 이런 리더십을 갖췄기에 세계에서 유례가 힘든 개혁을 성공시켰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