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김대중 칼럼] 대통령 유감

鶴山 徐 仁 2008. 2. 25. 20:26

김대중·고문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 탄생 후 열 번째 대통령을 맞는다. 이쯤 되면 우리도 대통령이란 사람, 대통령이란 자리가 어떤 것이며 어떠해야 하는 것인지 알 만큼 됐고 '청와대'란 것이 제도화 됐을 법 한데 우리에게 대통령은 여전히 '괴물'로 남아 있다. 대통령은 제왕적 존재인가 국민의 공복(公僕)인가 우리는 아직도 잘 모른다.

경험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은 정치의 본질이 교활한 것이며 대통령도 상대적으로 교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통령이 포용력과 화해력(和解力)이 강하면 사람들은 무기력하다고 하고 기회주의적이라고도 비판한다. 대통령이 세밀하고 사무적이면 사람들은 곧 지도자로서 그릇이 작다고 말한다. 실용적 정책을 추구하면 철학이 없다는 비판이 돌아온다.

대통령이 지나치게 신중하면 용기와 결단력이 부족하다 하고 분별력을 발휘하다 보면 소심하고 좌고우면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목표가 좋으면 수단이 틀렸다 하고 수단과 방법에 충실하다 보면 목표가 부실하다는 비난을 듣게 된다. 민주적 절차에 충실하면 통치력이 결핍됐다는 소리도 들리고 지나치게 통치력에 의존하면 독재적이고 오만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어려운 결정을 혼자 내리면 팀워크가 부족하며 독선적이라는 소리가 되돌아 오고 매사에 합의적으로 나가면 무책임하며 몸 사린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대통령으로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못해먹겠다"고 푸념했을 때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었겠지만 실은 대통령 자리가 가질 수밖에 없는 교활성, 이중성을 실토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기가 믿고 같이 일 할 사람을 찾다 보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과 '코드'에 걸릴 수밖에 없고, 능력을 찾자니 재산이 많고, 돈 없고 능력 있는 사람 찾자니 '하늘에 별 따기' 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5년의 치적을 한 두 마디로 지적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의 욕망이 강했던 그만큼 대통령으로서 준비성이 뒤따르지 못했던 것 같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목표 한가지(남북관계)에 몰입한 나머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무모함을 감수해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개혁'과 '변화'를 외쳤지만 그 자신 그것을 주도할 능력과 자질을 발휘했다기 보다는 그런 좌파적 흐름에 얹혀 이끌려 갔다는 것이 적절한 지적일 것이다.

결국 대통령의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치의 교활성과 이중성을 수용하면서 그 양면성을 충족해가는 것이다. 즉 국민을 섬길 줄도 알아야 하지만 필요하다면 국민과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론을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여론에 맞서 싸우는 자세도 필요하다. 관료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지만 때로 관료와 싸워야 한다. 관료만큼 교활한 것은 없다. 어느 학자는 관료를 가리켜 '파괴하기 가장 힘든 사회구조'라고 했다. 그러나 관료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갈 수밖에 없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다른 선택은 비판과 비난을 무릅쓰고 한 길로 가는 것이다. 신중함 절제력 포용력 팀워크로 가든지 아니면 마키아벨리의 주장처럼 자신의 통치철학에 따라 판단력 모험심 추진력 과단성으로 매진하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지향하는 방향이다. 우리가 새 대통령에 기대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우리 사회를 어디로 어느 쪽으로 이끌고 갈 것인가, 즉 그 방향에 있다. 일단 그 방향을 바르게 설정하면 그 안에서는 방법과 수단을 두고 얼마든지 싸울 수 있다. 가는 방향에 의아심이 없다면 그 전제 이래 진행의 속도와 농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토론이 가능하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강물의 둑을 형성하는 것이다. 물이 세게 휘몰아쳐도 물이 넘지 않도록, 물살에 무너지지 않도록 둑을 단단하게 쌓고 보수하고 지키는 일이다. 부딪혀도 그 안에서 부딪히고 깎이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새 대통령은 어느 하나의 개념에 몰입하거나 갇혀서는 안된다. '청계천'에 심취한 나머지 지나친 업적주의로 가서는 안된다. '대운하'에 매몰되고 거기에 갇혀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그리고 앞으로 5년 국민이 불안하지 않게 살도록 울타리와 둑을 쌓아주는 일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2/24/20080224005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