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투자와 투기, 그 위험한 경계선

鶴山 徐 仁 2008. 2. 26. 19:04

땅 때문에 물러나는 공직자들… '땅이 늪이 된다'
위장전입·농지법 위반 등 위법행위는 당연히 투기 본인 연고와 무관한 부동산 보유하면 투기로 분류
법 지켰다 하더라도 너무 많거나, 너무 벌면 문제

전수용 기자

 

 

공직자 재산공개 때면 으레 부동산 투기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이번 이명박 정부의 조각(組閣) 과정에서도 40여 건의 부동산을 보유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가 이 문제에 휘말려 사퇴하는 등 투기 논란이 벌어졌다.

'투자(投資)'와 '투기(投機)'의 차이는 뭘까. 서울 사람이 강원도에 땅을 사면 투기고, 강원도 사람이 서울에 아파트를 사면 투자가 되는 걸까. 아니면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인가.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

사전을 보면, 투자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정성을 쏟는 것으로 정의된다. 반면 투기는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주체 면에서 '실수요자' 행위는 투자이고, '가(假)수요자' 행위는 투기다. 대상 면에서는 항구적 용도일 경우 투자, 일시적 용도일 경우 투기가 되며, 거래 목적 측면에서 정당한 이익을 기대할 경우 투자, 단기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할 경우 투기가 된다. 보유 기간에 따라 장기는 투자, 단기는 투기로 구분된다. 전설적 투자자인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투자와 투기의 차이는 원금을 보존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에서 투자와 투기를 무 자르듯 구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두산백과사전은 "현실적으로 투기와 투자의 구별은 극히 곤란하다"고 적고 있다. 2005년 부동산 투기에 대한 세무조사가 극에 달했을 때 국세청 관계자는 "솔직히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기 어렵다.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린 거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실정법 위반은 명백한 투기

세금을 다루는
국세청은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구분 짓는 4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법적 측면에서 실정법 위반 여부다. 이 경우 명백한 투기가 된다. 위장전입(주민등록법 위반)과 농지법(농지를 매입할 경우 직접 농사를 짓거나 그렇지 않을 경우 한국농촌공사에 위탁 경영해야 함) 위반이 대표적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유 중인 2개 주택 중에서 1개 주택은 가재 도구가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투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며 중도 낙마한 장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 5명 중 4명이 실정법 위반 여부가 문제가 됐다. 이 때문에 장상 총리 지명자, 이헌재 부총리, 최영도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중도 사퇴했다.


◆까다로워지는 투기 기준

이번에 사퇴한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본인과 자녀 명의로 전국에 40여 건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게 문제가 됐다. 그는 "선대로부터 물려받거나 남편으로부터 상속받은 부동산"이라며 정상적 '투자'이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세청 기준에 따른다면 이 후보자 역시 '투기'에 해당될 수 있다. 법 위반은 아니더라도 ▲부동산 보유 건수·금액이 과다하거나 ▲연고가 없는 곳에 부동산을 과도하게 보유한 경우 ▲취득 경위가 석연찮은 경우는 투기에 해당될 수 있다고 국세청은 보고 있기 때문이다. 〈표〉 투기로 판정될 경우 국세청은 상습 투기자 리스트에 포함시켜 관리하고, 5~10년간 전 가족 소득파악을 해서 탈세 여부를 조사하는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우리 사회가 국민 정서적으로 용인하지 못하는 '사회 통념상'의 투기 기준도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고영근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은 "제한된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는 것과 라면 '사재기(매점매석)'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며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도 투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고위 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는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경제부처 A 국장은 "70~80년대 개발시대 때 위장전입 한번 안 해봤으면 바보 아니었느냐"며 "시대가 변하면서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물론 투기 기준도 엄격해졌다"고 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법 위반이 없더라도 부동산을 통해 과도한 시세차익을 거뒀다면 투기로 봐야 한다"며 "이 경우 국가 정책을 펴야 하는 고위 공직자로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보는 4가지 투기 판별 요소

① 실정법 위반 (위장전입, 농지법 위반 등)
② 사회 통념에 벗어난 과다 건수·금액
③ 연고가 없는 곳에 부동산 과다 분포
④ 석연찮은 취득 경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