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균 기자 agon@chosun.com 13일 끝난 남북적십자회담은 국군포로, 납북자 가족 상봉의 성사가 최대 과제였으나 시종 북측에 끌려다니다 성과 없이 끝났다. 북측은 또한 베이징 2·13 합의에 따른 영변 핵시설 폐쇄 등 첫 번째 조치에 대해 방코델타아시아에 동결된 2500만 달러 문제를 들어 시한(14일)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2·13 베이징 합의 직후부터 시작된 정부의 대북지원은 1주일이 멀다하고 결정, 집행되고 있다. 정부는 2·13 이후 60일 동안 총 3427억원에 상당하는 대북지원 방침을 확정했고, 이 가운데 350억원 정도는 이미 집행이 됐다. ◆끌려다닌 국군포로·납북자 해법 정부당국자는 8차 적십자회담(10~13일, 금강산)을 앞두고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회담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입장도 여러 차례 밝혔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장석준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9일 “국군포로·납북자의 생사 확인과 상봉 주선 등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13일 끝난 적십자회담에서 북측은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북한은 우리 언론이 국군포로·납북자란 용어를 쓰고 있는 것까지 문제 삼으면서, “이런 식이라면 회담 진행이 어렵다”고 엄포를 놨다. 이 때문에 국군포로, 납북자의 가족 상봉 문제가 합의되지 못했음은 물론, 언제 될지 모르는 애매한 합의만 이끌어냈다. ‘전쟁시기 및 그 이후 시기 소식을 알 수 없게 된 사람들에 대한 생사, 주소확인 문제를 이산가족 문제에 포함시켜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한다’고 합의한 것이다. 정부는 이런 북측에 대해 ‘평양의 적십자병원 현대화 사업 단계실시’라는 선물을 주고, “노력했다”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북 태도 변화 없어도 지원은 계속 이번 회담에서 나타난 북한측 태도는 거의 우리측 요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아쉬울 것 없다’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배경에 대해 정부의 성급한 지원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2·13 합의 2주일 후인 2월 26일 곧바로 이재정 통일부장관이 회장을 맡고 있는 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남북협력기금에서 대북 중유 지원(5만?) 구입 명목으로 200억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국군포로·납북자 생사확인 등의 당초 적십자회담 목표가 실패로 돌아간 13일에도 정부는 또 대북지원을 결정했다. 대북단체의 북한 지원에 정부 돈 117억원을 쓰기로 하는 등 총 150억원 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북한이 당초 약속을 어겨도 지원은 계속되는 것이다. 북한 전문가인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요즘 북한을 보면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 하락을 겪고 있는 미국과 남한 집권세력의 약점을 철저히 이용하는 것 같다”며 “북한 입장에선 이미 원하는 것을 다 얻어가는데 양보할 이유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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