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티 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는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의 움직임에 따라 중세 갑옷과 방패, 육중한 칼을 든 아바타(가상 분신)들이 소리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화려한 그래픽 화면이 현란하게 움직일 때마다 마른 침묵과 탄성이 간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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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게임 개발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이들은 그동안 7편의 게임을 직접 개발해 선보였다. 이 가운데 온라인 게임 ‘라그하임’은 인터넷 인기게임으로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SF세계관을 소재로 한 것으로 국내 최초의 입체영상(3D) 게임”이라고 자랑했다.
박씨와 홍씨는 학창시절 온통 게임에 빠져 주변의 따가운 눈총도 받았던 ‘게임광’. 게임에 빠져 대학 진학에 실패했을 때도 PC방에서 게임으로 아픔을 달랬다고 한다. “게임 한 편을 만드는 데는 보통 2∼3년이 걸려요. 스타크래프트 등 대작은 5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적게는 30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넘게 투자하는 것도 적지 않습니다.”
게임 제작에 필요한 인력은 게임PD, 기획, 그래픽디자이너, 컴퓨터 프로그래머, 시나리오 작가, 시스템 엔지니어, 홍보·마케팅, 관리직 등 최소 30여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박씨와 같은 게임 기획자는 게임이 재미있도록 설계하는 일을 맡는다.
도시계획상의 도면 설계를 맡은 것과 같다. 따라서 기획자는 컴퓨터와 그래픽, 프로그램 등 모든 기술 분야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야 한다. 또 게임 내용에 대한 분석은 물론 게임 상품화 이후 반응까지 예측 가능해야 한다. 기획이 제대로 되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박씨는 게임에 대한 기본지식을 고교 시절부터 꾸준히 쌓았다. 인문계 고교를 다니면서 대학진학 대신 게임에 빠졌던 그는 군복무 이후 곧바로 게임 제작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사설학원을 선택했다.6개월 과정의 이론 수업과 8개월에 걸친 실무 과정을 통해 게임기획자로 나설 수 있었다. 초기에는 소규모 업체에서 실력을 쌓은 다음 2004년부터 이 회사에 입사,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게임을 좋아했던 만큼 전문가가 되기 위한 배움의 열정도 뜨거웠다.”고 말했다.“제대로 1년만 투자하면 누구나 게임산업에 진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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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그래픽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홍씨도 대학에서 게임 분야를 전공한 것은 아니다.
1999년 2년제 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6개월 과정의 학원 수강을 통해 그래픽디자이너가 됐다. 그는 “게임 업계는 실무 능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전공이나 학벌 등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게임그래픽디자이너는 기획자가 설계를 마치면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형상화하는 작업을 맡는다. 게임상의 캐릭터를 제작하고 게임의 배경과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게임을 실감나게 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직접적인 기술인 셈이다.
박씨와 홍씨의 연봉은 30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다른 직종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 앞으로 몇년의 경력을 더 쌓으면 메이저급의 대우로 연봉 5000만원은 거뜬하다고 이들은 말한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