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주무부서인 정보통신부는 물론 16일에는 경제 수장인 권오규 경제부총리까지 나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윈도 비스타 출시의 파급효과와 대응방안’을 발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비스타 출시로 인터넷 환경 홍역
지난달 말 출시된 윈도 비스타가 보안기능을 강화하면서 ▲인터넷뱅킹 ▲게임 ▲전자정부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는 등 고작 외국 OS 하나에 우리 인터넷 환경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우리 웹사이트 대다수가 이용해온 ‘액티브X(ActiveX)’는 운영체계에서는 마이크로 소프트(MS),브라우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만 구동돼 다른 OS와 브라우저에서 사용할 경우 호환성에 문제가 있다.정부와 인터넷 업계에서 스스로 MS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처한 것.
이번에 출시된 윈도 비스타는 보안상 취약성을 갖고 있는 액티브X 지원을 제한한다.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비스타 출시로 인한 문제가 도드라지고 있는 이유는 전자정부는 물론 대부분 국내 웹사이트들이 웹표준이 아닌 액티브X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MS가 비스타 출시를 앞두고 이미 액티브X 지원을 제한한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느려 현재 11개 시중은행이 아직 호환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온라인 증권사 역시 유화증권과 대신증권을 제외한 다수 회사들이 호환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온라인 게임 역시 대다수가 아직 준비를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MS 윈도에 종속된 국내 PC 환경 개인용 컴퓨터의 99%가 윈도를 OS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PC 환경상 비스타 출시로 인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은 일견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그러나 매번 MS의 정책에 끌려다녀야 하는 우리 IT 업계와 정부의 현실은 IT 강국 코리아의 위상과는 상반된다.
이미 지난해 사이버안전센터장이 MS 본사를 찾아 보안지원 중단 시기를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례는 우리 PC 환경이 MS의 정책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윈도에 대한 의존율이 높다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이 MS의 높은 비스타 가격 책정에도 순응할 수밖에 없다.현재 윈도 비스타 패키지 가격은 50만원 선으로 미국에 비해 2배 가까이 비싸다.어떤 측면에선 비싼 가격에 적응하지 못한 국민들을 정부가 나서서 MS 불법 사용자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윈도 의존도 낮출 기회 삼아야 이번 정부의 대책은 비록 늦긴 했지만 의미가 있다.
액티브X의 보안상 취약성과 호환성 미흡을 보완하는 ‘자바(JAVA)’ 등 기술 사용을 유도해 이번 비스타 출시로 인한 혼란을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향후 웹사이트 개·보수시 웹표준을 준수하도록 해 MS 뿐 아니라 타사의 OS와 브라우저에 대한 호환성을 높이고,공개 SW를 보급해 MS 윈도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교육 등 공공기관의 특정업무용 PC의 OS로 리눅스를 사용할 것을 권장해 MS 독점체제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비스타에 대한 이번 정부의 대책이 단순한 1회성 처방에 그치지 않고 우리 IT 환경을 튼튼히 해 MS가 차기 OS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2009년 말에는 IT 강국 코리아가 외산 OS 하나에 PC 환경이 흔들리지 않도록 내성과 다양성을 키울 수 있는 발전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