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세계 도시에서 배운다

鶴山 徐 仁 2007. 2. 15. 10:08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독일 프라이부르크, 영국 런던, 이탈리아 밀라노 등 4개국을 순방했다. 오 시장의 4개국 순방은 서울시를 환경과 관광을 테마로 경쟁력 있는 문화도시로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이뤄졌다. 도시별 주제는 각각 다르다. 환경·생태도시로 부러움을 사고 있는 프라이부르크. 대단위 개발 사업으로 환경 파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관광도시로 부활하고 있는 두바이, 금융도시이며 도심재개발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 런던, 디자인과 패션의 도시 밀라노 등이다. 이들 도시의 경쟁력은 곧 서울시가 추구하고 있는 정책목표이다. 선진 환경·생태도시를 비롯한 오 시장의 ‘학습 순방’을 동행 취재했다.

■ 환경도시 獨 프라이부르크

|프라이부르크 김경운특파원|프라이부르크는 독일 서남부의 작은 도시다. 면적은 서울의 25.2%(153.0㎢) 정도지만 인구는 용산구와 비슷한 21만여명에 불과하다. 이 작은 도시가 대표적인 친환경 도시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나무와 어우러진 보봉 생태마을의 공동주택(왼쪽). 대중교통 수단인 트램과 자전거
태양광 구입차액은 시에서 보조

시내 한복판에 있는 태양광정보센터(SIC)는 태양광 설비를 홍보하고 교육을 하는 곳이다.

홍보관 직원은 “3㎡ 크기의 정사각형 전지판 1개로 12∼15가구가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부르크의 일조량은 연간 1750시간으로 다른 곳에 비해 풍부한 편”이라면서 “아울러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전지판이 움직이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에서는 1300여명의 학생들이 대체에너지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조금 불편해도 점차 이용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다음 세대에게 분명히 인식시키기 위해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태양광 에너지의 판매가격은 ㎾h당 55.5센트지만 소비자 구매가격은 20센트에 불과하다. 차액은 시가 보조하고 있다.1㎾짜리 전지판의 가격이 5000유로(약 700만원)에 이르지만 시는 300유로(42만원)에 보급하고 있다. 태양광은 아직 프라이부르크 전체 연간 전력 소비량(1억㎾h)의 0.4%(400만㎾h)에 그친다. 하지만 2010년에는 1.2%(1200만㎾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원전 반대에서 환경도시로

프라이부르크는 30여년전 원자력발전소 건립반대 운동을 계기로 환경도시로 변신했다. 정부가 1975년 시와 가까운 라인강 인근에 원전을 만들려 하자 주민들이 반대했다. 시의회는 원전을 대신할 대체에너지를 찾겠다며 관련 법안을 만들었다.

환경도시를 만들기 위해 내세운 목표는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이다. 사용하고 버리는 것을 줄이는 문제가 새것을 찾는 것보다 앞선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모든 면에서 사용량을 30% 줄이는 목표를 세웠다. 이어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재생해서 쓰는 방안을 설정했다. 그리고 신 에너지를 찾는 방안은 맨 마지막으로 설정했다. 태양광 개발은 신 에너지에 속한다.

음식물찌꺼기 등을 에너지원으로 다시 활용하는 대표적인 시설이 열병합발전소다. 우리나라에도 양천·마포·강남·노원 등 4곳에 자원회수시설이 있다. 반면 프라이부르크에는 열병합발전소가 15곳이나 있다.

쾌적한 생태 마을 보봉

프라이부르크의 환경보호 시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보봉(Vauban)’ 생태마을이다. 시 외곽에 있는 보봉에 가려면 지상용 전동열차인 트램을 타야 한다. 프라이부르크는 시 전체에 시내버스가 70대 뿐이다. 따라서 주요 대중교통 수단이 트램과 거리 곳곳에 보이는 자전거라 할 수 있다. 전 시민의 90%인 19만명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알록달록한 5층짜리 공동주택이 나란히 들어선 보봉에는 4000여명의 주민들이 산다. 주 에너지는 열병합발전이다. 거주민 가운데 430가구는 필요한 에너지를 100% 태양광에 의존한다. 공동주택의 옥상에는 220도까지 회전하는 태양광 전지판이 있다. 주택의 앞면에는 단열유리를 많이 사용했고 뒷면에 두꺼운 단열재를 쓴다. 집안에 있는 화장실의 변기는 비행기 변기처럼 큰 소리를 내는 공기흡착식이다. 물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1층 마당에는 나무로 만든 창고가 하나씩 있다. 시멘트 사용을 줄이고 친자연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다. 공동주택 앞에 있는 쓰레기통은 색깔에 따라 4종류다. 그런데 음식물쓰레기를 넣는 갈색통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을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음식을 남기지 않는 식습관 때문이다. 쓰레기통에는 음식물을 조리할 때 나온 찌꺼기만 보인다.

보봉의 공동주택은 일반 주택보다 15% 정도 건축비가 더 든다.115㎡(약 35평)의 주택 가격이 30만유로(3억 5000만원) 선이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입주를 원하는 주민이 많다고 한다.

kkwoon@seoul.co.kr

■ 난개발 ‘몸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두바이 김경운특파원|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는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사막 위에 ‘환상의 도시’를 연출하고 있는 곳이다.

조용한 프라이부르크와 달리 ‘전 세계 타워크레인의 30%가 두바이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도시 전체가 공사판이다.

외형적으로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너무 급속한 개발로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곳곳에 40∼50층짜리 빌딩이 세워지지만 도로와 대중교통 등 사회기반시설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 승용차가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다 보니 만성 교통체증을 빚고 있다. 폭이 30m에 이르는 큰 도로를 가로로 횡단하려고 해도 양쪽을 철책으로 막아 둔 곳도 있다. 보행자를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셈이다.

환경 파괴도 심각한 수준이다. 곳곳에 만든 인공섬 때문에 연안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이 두바이의 지식인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진주처럼 맑다는 걸프만이 속으로 고 있는 꼴이다. 수많은 공사장에서 배출되는 분진으로 인한 대기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미 ‘쇠 귀에 경 읽기’가 되어 버렸다.

두바이는 인구 124만명 가운데 80% 이상이 외국인이다. 외국인의 상당수가 저임금 근로자들이다. 건설 근로자들이 밤낮없이 콘크리트를 쏟아부어 불과 36개월 만에 ‘팜 주메라’ 주거단지를 만들었다.

두바이는 2020년쯤 석유가 고갈될 것으로 예측하고 ‘도시가 먹고 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해 왔다. 그래서 끌어들인 것이 외국 자본이다. 자유지역(Free zone)을 만들어 외국 기업에 대해 각종 세금을 면제했다. 덕분에 120여개국에서 온 5400여개의 기업들이 도시를 활기차게 한다.

그러나 두바이는 환경 파괴라는 또 다른 불씨를 키우고 있었다.

kkwoon@seoul.co.kr

서울시 뭘 배웠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해외순방을 통해 앞으로 시정이 관광과 환경, 금융, 디자인 등에 집중될 것임을 내비쳤다. 그가 귀국후 가진 간부회의에서 ‘창의적 발상을 통해 새로운 사업 영역을 만든다.’는 이른바 ‘창조 산업’을 강조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오 시장은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둘러본 뒤 현지에서 친환경 에너지정책 구상을 밝혔다. 서울시는 우선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민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민간이 기준에 맞춰 관련 시설을 지으면 용적률에서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또 탄천 물재생센터, 월드컵 공원 등에 태양열, 풍력, 지열 등을 연구·생산하는 신·재생 에너지 종합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또 산·학·연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프라이부르크 등 환경선진 도시와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시는 새로 건축될 서울시 청사에도 공사비의 5%(78억원)를 신·재생 에너지 시설을 짓는 데 투입하기로 했다. 이달 중에 준공되는 청계천 유지 용수 정수장에도 300㎾ 규모의 태양광 발전 설비가 들어선다.

영국에서는 런던이 국제 금융시장의 허브가 된 데에는 개방성이 주효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면 그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법률 및 회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률시장 개방 등은 중앙정부가 해야 할 몫인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할 일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밀라노 시장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디자이너 교류, 컨벤션사업의 공조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데 합의하는 성과를 냈다.

오 시장은 귀국 후 “4개 도시는 공통적으로 시장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고, 이는 다른 도시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 강점이 되고 있다.”고 해외 순방의 소감을 피력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우리區는 어떻게

푸르고 건강한 도시를 자임하고 있는 도봉구는 오세훈 시장에게 프라이부르크와 같은 환경도시를 멋지게 조성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의 지원을 받아 도봉산 주변에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생태마을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강서구도 수변도시 조성계획에 맞춰 신·재생 에너지 종합단지에 눈독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가로 통하는 여의도를 끼고 있는 영등포구는 2013년 국제금융센터(SIFC) 건립 등과 맞춰 국제적 금융·관광 도시로 변신을 꿈꾼다.

서울 중구는 오 시장에게 두바이보다 더 높은 빌딩을 짓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세운상가 재정비촉진지구에 ‘버즈 두바이’의 160층보다 더 높은 220층 주상복합건물(조감도)을 세우고 주변을 녹지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서울시는 교통 문제 등으로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태도 변화가 주목된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기사일자 : 2007-02-12    7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