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이라크군은 28일(현지시간) 시아파의 성지인 카르발라 인근 나자프 남부에서 헬기와 탱크를 동원한 15시간의 교전 끝에 저항세력 250여명을 사살했다고 이라크 당국이 밝혔다. 공격 과정에서 미군 헬기 1대가 격추 당해 2명이 숨졌다고 미군이 공식 확인했다. 이들은 수니파 아랍인들과 시아파 성직자인 아메드 하사니를 추종하는 사람들로 추정된다.
아사드 아부 하랄 나자프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항세력은 이라크인을 비롯해 파키스탄과 아프간 전사 복장을 한 외국인이었으며, 스스로를 ‘천국의 전사들’이라고 불렀다.”면서 “나자프로 운집하는 시아파 성직자들을 암살해 아슈라 행사를 망치려는 의도”라고 밝혔다.
카르발라 경찰은 나자프에서 카르발라로 향하는 도로에서 예비 테러범 세 명을 체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프간, 모로코 출신인 이들은 자살폭탄 벨트와 차량 폭탄 장치를 갖고 있었다고 경찰은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쯤에는 수니파 지역인 아딜의 콜로우드 여자중학교 교정에 박격포 공격이 벌어져 학생 5명이 숨지고,20명이 부상했다. 이번 공격이 누구의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수니파는 즉각 시아파를 배후로 지목하고 나섰다. 수니파는 공격에 사용된 박격포가 이란에서 제조된 것이라는 증거를 들어 미군이 제기한 이란과 이라크내 시아파간의 연계설에 힘을 실어줬다. 이와 관련, 이란은 이라크로 들어가는 순례객들을 통제하기 위해 국경 통과소를 일부 폐쇄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앞서 오전 7시30분쯤에는 바그다드의 시아파 지역에서 인근 사드르시로 향하던 미니버스를 목표로 한 테러를 비롯, 수 건의 연쇄 폭탄 테러로 최소 7명이 숨지고 61명이 부상했다. 또 전날에는 이 지역 시장에서 수니파의 소행으로 보이는 2대의 폭탄 차량 공격으로 최소 13명이 숨졌다. 사망자 가운데는 2명의 경찰관이 포함됐다.
시아파의 최대 축일 아슈라를 앞두고 일주일새 폭탄 테러로 사망한 시아파 무슬림은 15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2004년 아슈라 행사 때도 카르발라와 바그다드 시아파 거주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폭탄 공격이 발생해 171명이 사망했다.
이라크 보안당국은 ‘피의 명절’인 아슈라 행사가 절정에 달하는 29일 종파 분쟁 확산을 노린 테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카르발라 주변 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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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슈라 이슬람력으로 1월10일이며, 시아파가 추앙하는 인물인 이맘 후세인의 기일이다.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의 손자인 후세인은 서기 680년 카르발라에서 군벌인 무아위야 가문과의 싸움에서 진 뒤 처참하게 사살됐다. 수니파인 사담 후세인 대통령 집권 시절에는 아슈라 행사가 제대로 열리지 못했지만 2003년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면서 행사가 부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