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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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 대비하기 30선]<14>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동아일보]

鶴山 徐 仁 2006. 11. 25. 21:58

《나는 요즈음 만년에 필요한 네 가지를 허용, 납득, 단념, 그리고 회귀라고 생각하게끔 되었다. 즉 이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선과 악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 허용이며, 내게 일어난 여러 상황을 정성을 다해 의미를 부여하려는 것이 납득이다. 갈망했으나 이루지 못했던 것은 어떠한 인간의 생애에도 있으며, 그때 집착하지 않고 슬그머니 물러날 수 있다면 오히려 온화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단념이다. 그리고 회귀란 사후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생각하는 것이다. 무(無)라도 좋으나 돌아갈 곳을 생각하지 않고 출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본문 중에서》

가을날의 푸른 나무들은 어색하고 낯설다. 가을의 나무들은 겨울 채비를 할 때 가장 자연스럽다. 단풍이 아름다운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사람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 또한 가을 산을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수놓는 나무들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현상이리라.

이 책의 저자는 소설가이다. 그러나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오늘을 감사하며’ 등 인생에 필요한 잠언서 같은 책의 저자로도 유명하다. 팔순이 다 되어가는 그는 서른일곱 번째 생일을 맞아 일찍이 이런 각오를 다진다. “나도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섰구나. 노년에 경계해야 할 것들을 써 보자”고. 이 책은 그래서 계로록(戒老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는 마흔 살에 쓴 이 책의 서문에 60세 이상의 분들은 읽지 않았으면 한다고 썼다. 어디까지나 자신처럼 나이듦을 막 자각하기 시작한 30, 40대를 위해 쓴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도 ‘인생에 정설은 없다’고 말한다. 이 책에 씌어 있는 말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건 아니며 누구라도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가족끼리라면 무슨 말을 해도 좋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젊었을 때보다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질 것’ ‘보편적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 ‘돈이면 다라는 생각은 천박하다’ ‘평균 수명을 넘어서면 공직에 오르지 않는다’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물건을 줄여나갈 것’ ‘매일 적당한 운동을 일과로 할 것’ ‘노년의 가장 멋진 일은 사람들 간의 화해’. 이 중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아니, 오히려 자주 듣고 잘 알고 있는 말들이어서 고루하기조차 하다. ‘다른 사람의 생활 방법을 왈가왈부하지 말고 그대로 인정할 것’ ‘삐딱한 생각은 용렬한 행위, 의식적으로 고칠 것’ ‘노인이라는 사실을 실패의 변명거리로 삼지 않을 것’ 등이 지닌 말의 가혹함에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한다. ‘노인이 되어서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습관을 가질 것’이라는 글을 읽고서는 무릎을 치게 된다. 글쓴이는 독자들의 바로 이런 반응을 기다린다. 읽으면서 공감하고 반감을 갖기도 하고 짜증을 내기도 하고 심지어 화를 내기도 하는….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독자 스스로가 자신만의 ‘계로록’을 만들기를 바란다. 나는 ?

?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나이 들어서도 사랑을 피하지 말 것.’

칠순을 앞두고 쓴 이 책의 세 번째 서문에서 저자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그 사람인 그대로’가 좋다는 걸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인간은 최후까지 불완전한 게 자연스럽다는 이야기이다. 그러기에 더더욱 ‘계로록’인 이 책을 읽어 볼 일이다.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인가를 확인하고 그 자연스러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라도.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므로….

강맑실 사계절출판사 대표

"세상을 보는 맑은 창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