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산동 까치와 구미 비둘기

鶴山 徐 仁 2006. 11. 9. 10:28
생명은 평등하다.
최성재   
 
  산동 까치는 요 몇 년 동안 참 신이 났습니다. 벌레는 적어졌지만, 동네마다 까치밥이 주렁주렁 달려 있지 않겠어요? 가만 보니 두 발 짐승이 사라진 집이 그리 많더군요.
 
  동네에 새끼 두 발 짐승도 별로 없고, 있다 해도 감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듯해요. 귤이다, 바나나다, 파인애플이다, 포도다 뭐 이런 게 맛있나 봐요. 농약 냄새, 방부제 냄새 여간 많이 나지 않던데. 요샌 짜장면도 별로인가 봐요. 농촌에도 피자가 인기 그만이에요.
 
  두 발 짐승이 없는 집에 농약을 칠 리가 없지요. 그래, 산동 까치들은 늦가을부터 겨울 내내 언제든지 무공해 감, 주저리주저리 달린 까치밥으로 잔치를 벌려요. 여름부터는 눈치껏 사과도 쪼아 먹지요. 뻥뻥, 이상한 소리가 가끔 나는데 가만 보면 아무도 없잖아요. 안심하고 맛있는 사과를 골라 먹지요. 햇빛 눈부신 날, 잘 익은 사과를 여기 저기 날아다니며 한 입씩 콕콕 쪼아 먹는 맛이란!
 
  산동 까치가 하루는 구미 시내로 놀러 갔어요. 동글길쭉하게 생겨서 씽씽 굴러 가는 것들이 어찌나 많든지, 매캐한 냄새가 끊이지 않았어요. 네모 난 작은 산들이 참 많던데, 이상하게 나무는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두 발 짐승도 그리 많지 않았어요. 알고 보니 네모난 산과 저 혼자 굴러 다니는 장난감 속에 두 발 짐승들이 옹크리고 있더라고요. 아유 답답해.
 
  쉴 데가 있어야지요. 나무가 듬성듬성 있긴 한데, 다들 깡충깡충 이발을 해서 안심하고 쉴 만한 곳이 못되더라고요. 괜히 겁이 났어요. 이 때 어디선가 구구하는 소리가 났어요. 비둘기였어요. 두 발 짐승들이 오가는 시커먼 마당에서 뭘 열심히 쪼아 먹더라고요. 두 발 짐승이 다가오면 팔짝팔짝 뛰면서요. 정말 겁도 없는 날짐승이지요. 공중을 빙빙 돌고 있는데, 비둘기가 실컷 먹었는지 휙 날아 오르더라고요. 가만 봤더니 산동 까치도 잘 아는 전신주의 전깃줄에 앉더라고요. 까치가 그걸 왜 몰라요. 얼른 그 옆에 앉았지요.
 
  "비둘기야, 겁도 없구나. 어떻게 아무 데서나 밥을 먹니? 저 흉측한 두 발 짐승 사이에서."
  "너, 모르는구나. 우린 평화의 사도야. 우린 절대 안 잡는다구. 먹을 건 참 많아. 벌레, 그거 위험하잖아. 농약 때문에. 우린 두 발 짐승이 주는 참 영양분이 많은 걸 먹어. 일부러 다들 다이어트한다구."
 
  이 말에 솔깃하여 산동 까치가 구미 비둘기처럼 기름진 먹이 좀 얻어먹어 보려고 과자 좀 주워 먹으려고 아예 전신주에 보금자릴 틀었답니다. 그런데 두 발 짐승이 까치에겐 과자나 밀, 콩 대신에 작은 돌멩이를 던졌습니다. 사과 쪼아 먹은 걸 다 알았나 봅니다.
 
  어찌 눈치코치 보면서 아내까지 불러와 신방을 차리고 알을 까서 새끼를 네 마리 키우며 오순도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에 주렁주렁 뭘 단 두 발 짐승이 한 마리 전신주 위로 올라오더니, 냅다 까치 보금자리를 부숴 버리더군요. 입에 물고 있던 과자를 얼른 뱉어 내고 아무리 까치 부부가 빙빙 그 주위를 돌며 울었지만, 소용이 없더라구요. 아직 날개에 힘이 실리지 못한 까치 새끼들은 그냥 시커멓고 딴딴한 땅에 떨어져 즉사했습니다.
 
  비둘기한테는 집도 만들어 주면서, 오로지 자기 힘으로 직접 지은 까치네 집은 저리 마구 뜯고 새끼들을 다 죽여도 되는지!
  산동 까치 부부는 슬피 울면서 다시 산동으로 돌아갔습니다.
  "까악, 까악!"
 
 속말 : 생명은 평등하다.
 
 (2000. 7. 31.)
 
 
[ 2006-11-08, 18: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