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3179

한 해의 끝자락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3〉

동아일보|오피니언 한 해의 끝자락에서[이준식의 한시 한 수]〈193〉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12-30 03:00 업데이트 2022-12-30 03:23 하늘 끝에 머무는 나그네들이여, 가벼운 추위인데 뭘 그리 걱정하시오. 봄바람은 머잖아 찾아오리니, 바야흐로 집 동쪽까지 불어왔다오. (寄語天涯客, 輕寒底用愁. 春風來不遠, 只在屋東頭.) ―‘제야, 태원 땅의 극심한 추위(제야태원한심·除夜太原寒甚)’ 우겸(于謙·1398∼1457) 한 해의 끝자락에서 돌아보는 삶의 모습. 허공에 뜬 풍선처럼 아슬아슬 한 해를 건너온 이들, 거침없이 앞으로만 내달려온 이들, 지루하고 맨숭맨숭한 나날에 지친 이들. 세밑이 되도록 객지를 떠돌아야만 하는 시인의 노스탤지어도 그중의 하나이겠다. 발상이 좀 유별나긴 ..

文學산책 마당 2022.12.30

첫눈[나민애 시가 깃든 삶]〈377〉

동아일보|오피니언 첫눈[나민애 시가 깃든 삶]〈377〉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12-17 03:00업데이트 2022-12-17 04:31 여자는 털실 뒤꿈치를 살짝 들어올리고 스테인리스 대야에 파김치를 버무린다. 스테인리스 대야에 꽃소금 간이 맞게 내려앉는다. 일일이 감아서 묶이는 파김치. 척척 얹어 햅쌀밥 한 공기 배 터지게 먹이고픈 사람아. 내 마음속 환호는 너무 오래 갇혀 지냈다. 이윤학(1965∼) 눈이 오면 어른들은 기쁘지 않다. 대신 오만가지 복잡한 심정이 든다. 올해도 지나가는구나 착잡한 마음이 들고, 내일 출근길은 어쩌나 빙판도 걱정하게 된다. 펑펑 함박눈이 내리면 이러다 집에 못 가는 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하고, 오도 가도 못하게 눈 속에 갇혀 세상과 멀어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文學산책 마당 2022.12.17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

동아일보|오피니언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07-09 03:00업데이트 2022-07-09 03:00 고래의 길과 / 갯지렁이의 길과 너구리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 제비꽃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 북방개개비의 길이 있고 드디어 인간의 길이 생겼다 그리고 인간의 길옆에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가 버려져 있다 북방개개비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 제비꽃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 너구리의 길과 / 갯지렁이의 길과 고래의 길이 사라지고 드디어 인간의 길만 남았다 그리고 인간의 길옆에 길 잃은 인간이 버려져 있다 ―황규관(1968∼) 김소월의 시는 왜 인기가 많을까. 어렵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크다. 그의 시는 낮은 자리의 시다. 유식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게다..

文學산책 마당 2022.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