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3165

바다 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3〉

바다 3[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33〉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02-05 03:00 업데이트 2022-02-05 03:00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우로 밤이 걸어온다. ―정지용(1902∼1950) ‘논어’를 보면 ‘지자요수(知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는 말이 있다.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뜻이다. 등산하시는 분들이 특히 이 구절을 좋아한다. 역시 지자보다는 인자가 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우열이 무슨 상관이랴. 바다와 산은 서로 대결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인생에 바다와 산이 차례대로 왔다 가기도 한다. 시인 정지용이 그랬다.

文學산책 마당 2022.02.06

(108) 선시(禪詩) 34

Opinion :시조가 있는 아침 (108) 선시(禪詩) 34 중앙일보 입력 2022.01.27 00:16 선시(禪詩) 34 석성우(1943~) 몸보다 겨운 숙업 적막한 빚더미다 돌 속에 감춘 옥 천 년도 수유러니 한 가닥 겨운 봄소식 그렁 그렁 걸어온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선시를 읽으며 맞는 설날 선시란 불교의 선사상(禪思想)을 바탕으로 하여 오도적(悟道的) 세계나 과정, 체험을 읊은 시다. 오늘날 선시란 제목을 내걸고 가장 많은 작품을 쓰고 있는 스님이 석성우(釋性愚) 대종사다. 소개한 시조에서도 ‘몸보다 겨운 숙업(宿業)’이 ‘적막한 빚더미’며, 돌 속 옥의 ‘천년도 수유(須臾)’라는 표현은 오랜 구도에서 얻은 개안의 세계라고 하겠다. 시조는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이미지 전개로 이뤄지는데 이 작품도..

文學산책 마당 2022.01.27

매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9〉

매화[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9〉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01-08 03:00 업데이트 2022-01-08 03:00 창가에 놓아둔 분재에서 오늘 비로소 벙그는 꽃 한 송이 뭐라고 하시는지 다만 그윽한 향기를 사방으로 여네 이쪽 길인가요? 아직 추운 하늘문을 열면 햇살이 찬바람에 떨며 앞서가고 어디쯤에 당신은 중얼거리시나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씀 하나가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매화꽃으로 피었네요. 이쪽 길이 맞나요? ―한광구(1944∼) 좋은 것 중에서도 드문 것에 대하여 우리는 ‘귀하다’고 표현한다. 매화도 그중의 하나다. 봄날의 꽃은 많아도 혹한을 이기고 피는 꽃은 드물다. 옛 선인들은 백매화를 보면 깨끗하다 칭송했고 홍매화는 보면 신비롭다고 사랑했다. 그들에게 매화는 결코 물체가 아니..

文學산책 마당 2022.01.09

세모 유감[이준식의 한시 한 수]〈141〉

세모 유감[이준식의 한시 한 수]〈141〉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1-12-31 03:00 업데이트 2021-12-31 03:12 오랜 세월 뜻대로 잘 안 됐는데, 새해엔 또 어찌 될는지./그리워라,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 지금은 몇이나 남아 있을까./한가함은 차라리 자유라 치부하고, 장수는 허송세월에 대한 보상으로 치자./봄빛만은 세상물정 모르고, 깊은 은거지까지 찾아와 주네. (彌年不得意, 新歲又如何. 念昔同遊者, 而今有幾多. 以閑爲自在, 將壽補蹉타. 春色無情故, 幽居亦見過.) ―‘제야의 상념(세야영회·歲夜詠懷)’ 류우석(劉禹錫·772∼842) 오랜 풍파를 겪은 터라 시인에게 새해라고 딱히 별스러운 기대는 없다. ‘새해엔 또 어찌 될는지’란 말이 외려 불안스럽기까지 하다. 친한 친구가 몇..

文學산책 마당 2021.12.31

눈 내린 아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7〉

눈 내린 아침[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7〉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1-12-25 03:00 업데이트 2021-12-25 03:00 설핏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 댓가지 풀썩거리는 소리 문풍지 흔들리는 소리 들은 듯한 밤 어머니 살그머니 다녀가셨나 보다. 장독대 위에 백설기 시루 놓여있는 걸 보니 한경옥(1956∼) 착한 일을 하지 않으면 산타의 선물을 받지 못한다. “나는 선물을 받을까요?” 하루에도 열두 번 어린 아들이 물어올 때면 행복하며 씁쓸하다. 아들은 착한 일을 안 해도 선물을 받을 테니까 행복하다. 그리고 예전에 착한 어린이였던 모든 착한 어른들은 선물을 못 받을 테니까 씁쓸하다. 적어도 성탄절에는 조금만 더 따뜻하고 싶다. 그래서 선물을 준비했다. 성탄절에 기다리는 산타의 선물 부럽지..

文學산책 마당 2021.12.25

“서정시로 변혁기 역사의 무게 견뎌낸 시인, 파스테르나크”[석영중 길 위에서 만난 문학]

“서정시로 변혁기 역사의 무게 견뎌낸 시인, 파스테르나크”[석영중 길 위에서 만난 문학]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입력 2021-12-03 03:00 수정 2021-12-03 03:04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1948년 2월 23일 모스크바 종합과학기술박물관 강당에서 “서구의 전쟁광”을 타도하고 소련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옹호하기 위한 시 낭송회가 열렸다. 행사에 동원된 스무 명의 시인 중 한 사람을 제외한 전원이 객석을 향해 놓인 무대 위 의자에 앉아서 사회자의 호명을 기다렸다. 객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첫 번째 순서인 알렉세이 수르코프가 정권 홍보용 자작시를 낭송하는 도중에 갑자기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자신의 인기도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수르코..

文學산책 마당 2021.12.03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4] 과학은 우주로 가는데, 정치는 퇴화 중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34] 과학은 우주로 가는데, 정치는 퇴화 중 김규나 소설가 입력 2021.10.27 03:00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일을 겪더라도 그것이 진정 옳은 길을 가는 중에 생긴 일이라면,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그 한 걸음 한 걸음은 모두 진정한 행복에 가까워지는 것이겠지요.” “네, 맞아요. 최고의 행복에 이르기 위해 갖가지 슬픔을 겪어야 하는 것도 모두 하늘의 뜻이랍니다.” - 미야자와 겐지 ‘은하철도의 밤’ 중에서 인공위성 발사체 누리호가 지난 21일, 우주를 향해 날아올랐다. 3단계 분리를 성공시키며 목표했던 높이까지는 도달했으나 탑재했던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1992년 ‘우..

文學산책 마당 2021.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