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3165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

동아일보|오피니언 인간의 길[나민애의 시가깃든 삶]〈355〉 나민애 문학평론가 입력 2022-07-09 03:00업데이트 2022-07-09 03:00 고래의 길과 / 갯지렁이의 길과 너구리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 제비꽃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 북방개개비의 길이 있고 드디어 인간의 길이 생겼다 그리고 인간의 길옆에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가 버려져 있다 북방개개비의 길과 / 굴참나무의 길과 제비꽃의 길과 / 딱정벌레의 길과 너구리의 길과 / 갯지렁이의 길과 고래의 길이 사라지고 드디어 인간의 길만 남았다 그리고 인간의 길옆에 길 잃은 인간이 버려져 있다 ―황규관(1968∼) 김소월의 시는 왜 인기가 많을까. 어렵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크다. 그의 시는 낮은 자리의 시다. 유식을 자랑하지도 않는다. 게다..

文學산책 마당 2022.07.10

가는 봄을 다잡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156〉

가는 봄을 다잡다[이준식의 한시 한 수]〈156〉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입력 2022-04-15 03:00업데이트 2022-04-15 03:23 삼월, 다 졌나 했던 꽃이 다시 피고/낮은 처마엔 날마다 제비들 날아든다. 자규가 야밤에도 피 토하며 우는 건/봄바람을 되부를 수 없다는 걸 믿지 못해서라네. (三月殘花落更開, 小첨日日燕飛來. 子規夜半猶啼血, 不信東風喚不回.) ―‘봄을 보내며(송춘·送春)’ 왕령(王令·1032∼1059) 자연의 봄도 인생의 봄도 ‘청춘’이라는 같은 이름을 쓴다. 청춘은 생기와 생명력과 무한한 가능성에 힘입어 늘 풋풋하고 고귀하다. 가는 봄을 애석해하며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고’(‘봄날은 간다’)라 노래한 심정은 그래서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다. 다 졌나 싶던..

文學산책 마당 202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