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世說新語] [596] 농이소미 (濃而少味)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20.11.12 03:00 겸재(謙齋) 정선(鄭敾)이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그림으로 표현한 화첩 중 ‘자연(自然)’을 그린 그림의 화제(畫題)에는 “진한데 맛은 적으니, 이것은 영웅이 사람을 속여먹는 솜씨이다(濃而少味, 此英雄欺人手也)”라는 평이 달려 있다. 안개 자옥한 풍경 속에 우모(雨帽)를 쓴 낚시꾼이 낚싯대를 펼 생각도 없이 안개에 지워져 가는 건너편 풍경을 바라본다. 안개 낀 풍경은 지나치게 세세하면 안 된다. 그래서 건너편 숲은 아주 흐린 먹으로 뭉개듯 붓질을 겹쳐 놓았다. 맛이 적다고 말한 것은 맛을 일부러 줄여 감쇄시켰다는 뜻이다. 잘 그릴 수 있지만 일부러 못 그린 그림처럼 붓질을 어눌하게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