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3179

캐나다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친구의 글

한길 옆 우리 집 우리 집은 큰길 옆에 붙어있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차들이 많이 다니는 큰 길가에 있는 집을 샀어요?’ 하고 묻곤 한다. 우리는 이 집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으니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나, 조용한 주택가에 익숙한 사람들은 우리 집이 한길 바로 옆에 붙어있다는 사실이 꽤 불편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리고 우리가 큰길과 집 사이에 있는 좁은 드라이브를 통해 차를 몰고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하기도 한다. 40년이 되어가는 옛날이야기다. 우리는 몇 년 토론토 시내에 살다가 캐나다 이주 초기에 수년 동안 살면서 정이 들었던 이 외곽 지역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작은아들은 학교를 옮겨야 한다는 데 별 이견이 없었는데, 한창 학교 생활..

文學산책 마당 2021.02.14

사의표명 秋가 인용한 시 '산산조각', 시인이 말한 진짜 의미는

사의표명 秋가 인용한 시 '산산조각', 시인이 말한 진짜 의미는 [중앙일보] 입력 2020.12.17 10:47 수정 2020.12.17 10:59 기자 김호정 기자 정호승 시인이 지난달 낸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산산조각' 등 시 60편과 시에 대한 산문이 수록돼 있다. [중앙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시 ‘산산조각’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후 SNS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전문을 인용해 글을 올렸다. “모든 것을 바친다고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는 자신의 해석을 함께 적었다.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전문을 적어놓은 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정호승 시인은 지난달 10일 시와 산문을 함께 실은 ..

文學산책 마당 2020.12.17

[정민의 世說新語] [596] 농이소미 (濃而少味)

[정민의 世說新語] [596] 농이소미 (濃而少味)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20.11.12 03:00 겸재(謙齋) 정선(鄭敾)이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그림으로 표현한 화첩 중 ‘자연(自然)’을 그린 그림의 화제(畫題)에는 “진한데 맛은 적으니, 이것은 영웅이 사람을 속여먹는 솜씨이다(濃而少味, 此英雄欺人手也)”라는 평이 달려 있다. 안개 자옥한 풍경 속에 우모(雨帽)를 쓴 낚시꾼이 낚싯대를 펼 생각도 없이 안개에 지워져 가는 건너편 풍경을 바라본다. 안개 낀 풍경은 지나치게 세세하면 안 된다. 그래서 건너편 숲은 아주 흐린 먹으로 뭉개듯 붓질을 겹쳐 놓았다. 맛이 적다고 말한 것은 맛을 일부러 줄여 감쇄시켰다는 뜻이다. 잘 그릴 수 있지만 일부러 못 그린 그림처럼 붓질을 어눌하게 해서..

文學산책 마당 2020.11.12

[스크랩] 고시조 및 한시 모음 200여수

고시조 및 한시 모음 200여수 엣성현들의 주옥같은 고시조나 고시들을 저는 너무나 좋아 합니다.  언제 읽어봐도 마음이 훈훈하고 돌아가신 저의 어머님을 뵌것같은 다정함과 따뜻함을 느낌니다.옛분들은 정말 자신들의 마음을 언제나 맑고 밝게  간직하기위해 부단히 노력 하시고 젊은 사람들이나 어린자녀들이 바르게 자랄수 있도록 항상 훈계 하시고 당신 자신들에게는 매우 엄격하시고 또 나라에 충성하며 불사이군의 정신으로 나라를 지켜오신분들입니다.아래글들은 제가 중 고등학교떄 배웠던 국어책과 고전에도 많이 나와 눈에 익은 시조들도 많이 있습니다. 요즘 나라가 어수선하니 더욱 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아래글들은 제가 시간날때나 괴로울때 한번씩 들춰보기 위해 포스팅 한것들 입니다. 한문으로된 원본도 구해볼려고..

文學산책 마당 2020.10.2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러시아를 대표하는 국민 시인 푸시킨은 20대의 7년을 유배지에서 보내야 했다. 전반부는 남쪽 오데사 부근에서, 후반부는 북쪽 시골 영지에서 지냈는데 북쪽 유배가 끝나갈 무렵 그는 한 편의 짧은 시를 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 기쁨의 날 찾아오리라. / 마음은 미래에 살고 / 현재는 괴로운 법. / 모든 것이 순간이고 모든 것이 지나가리니 /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다우리." 26살의 푸시킨은 이웃 살던 15살짜리 귀족 소녀의 앨범(시화첩)에 이 시를 써주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아저씨'가 연하디 연한 삶의 꽃봉오리에 인생 조언을 해준 셈이다. 머지않아 밀어닥칠 거친 비바람은 상상 못한 채 마냥 밝고 행복하기만한 어린 처..

文學산책 마당 202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