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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하나] 다도해 풍광 부럽지 않다
삼길포 가는 길은 드라이브코스로도 손색없다. 한진포구, 안섬포구를 거쳐 석문방조제, 장고항을 지나 대호방조제, 그리고 삼길포에 이르는 30㎞의 길이 너무도 아름답다.
삼길포는 대호방조제 끝에 자리하고 있다. ‘삼길산 바로 밑에 있는 포구’라고 해서 삼길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길포 입구에는 커다란 갑문이 설치돼 있다. 갑문 위에는 낚시꾼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우럭과 놀래미, 도다리가 많아서 꾼들의 사랑을 받는 자리다. 갑문 위에 올라서니 포구보다 그 앞에 떠 있는 수백 척의 배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치 좁쌀을 흩뿌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포구에는 철 지난 탓에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 만큼 손님을 붙잡기 위한 장사치들의 소리는 더욱 커진다. 그들이 잡아채는 손길을 뿌리치고 일단 삼길산으로 오르자. 이 산은 삼길포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명산이다.
삼길포는 포구 자체도 좋지만 서해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 있다. 삼길산은 서해 최고의 전망대로 꼽아도 좋을 만큼 훌륭한 풍광을 선사한다.
유람선 선착장 맞은편 시멘트길에서부터 등산로가 시작된다. 사실 등산이라고 할 것도 없다. 삼길산은 기껏해야 해발고도 172m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전망대가 있는 중턱까지는 도로포장이 잘 되어 있어서 자동차를 끌고 갈 수도 있다.
서해바다 조망은 산 정상보다 이 전망대가 더 낫다. 정상에선 나무들에 가려 시야가 훼손되는 반면 전망대 앞은 뻥 뚫려 있기 때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해바다는 다도해가 춤을 추는 한려수도해상공원 이상이다. 우무도, 비경도, 소난지도, 대난지도… 저 멀리 육도까지 이어지는 섬들의 진기한 모습은 정말 놓치면 아까운 풍경이다.
[재미 둘] 바다정취 한입가득 선상 횟집
맛있는 음식이 없다면 그 여행은 얼마나 삭막할까. 여행은 사실 ‘미각탐험’이기도 하다. 입맛을 살려주는 삼길포의 맛은 어떤 게 있을까. 아쉽게도 특별한 음식은 없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싱싱한 회가 삼길포에는 있다. 어느 포구든 횟집은 있게 마련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삼길포의 횟집에는 다른 횟집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다.”
삼길포 횟집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다. 유람선 선착장 뒤편에 정박된 10여 척의 배들이 바로 삼길포가 자랑하는 선상횟집이다. 우럭이 1㎏에 1만 3000원, 도다리와 놀래미가 1만 5000원. 정말 싸다. 이렇게 팔아서 뭐 남는 게 있을까 궁금해질 정도.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싼값의 비밀을 물으니 우럭은 양식이란다. 도다리와 놀래미는 워낙 많이 잡혀서 싼 것이라고 한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한 젓가락 듬뿍 회를 집어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 그 맛, 그 정취를 어디다 비할까. 횟감을 손질하고 남은 재료는 선착장 앞 어느 음식점에나 가져가면 매운탕을 끓여준다.
삼길포 주변의 섬들을 산 위에서 보기는 했지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터. 그때는 유람선을 타자. 소난지도와 대난지도를 돌아오는 두 척의 유람선이 수시로 운행하고 있다. 1시간 운행에 요금은 8000원이다. 정해진 출발 시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10명 넘어야 출항한다. 유람선장은 기름값이 워낙 높아 밑지는 장사라고 푸념이다.
선착장을 출발한 유람선은 바다 위를 가르는 노래방이 된다. 선내에는 노래방기기가 갖춰져 있고 인테리어도 마치 노래방을 그대로 복사해놓은 것 같다. 신이 나는 것은 중장년 여행객들이다. 한 번 잡은 마이크를 놓지 않고 1시간 내내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들. 바깥의 아름다운 그림을 놓치고 가는 그들의 모습이 아쉽다.
[재미 셋] 모세의 기적 웅도 소금밭 벌말
좋은 풍경을 보고 맛있는 음식 먹었으니 된 거 아니냐고? 삼길포 여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0여㎞ 떨어진 가로림만의 웅도와 벌말의 아름다움을 담아갈 일이 남았다.
여행의 순서를 정하자면 햇볕이 따가운 낮에는 벌말에 다녀오고 서녘으로 해가 기우는 초저녁 무렵에는 웅도로 가는 게 낫다.
벌말은 소금밭이 유명한 곳이다. 벌말 가는 길 좌우에 염전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소금을 거둬들이는 시간은 보통 오후 4시에서 5시까지. 하얗게 쌓인 소금을 긁어모으는 소리는 수북이 쌓인 눈을 밟는 소리를 닮았다. 써래질을 하며 모은 소금은 손수레에 실어 염전창고로 가져가 쏟아 붓는다. 창고는 염기로 인해 천장까지 허옇다. 산처럼 쌓인 소금을 바라보는 ‘농부’(소금밭에서 일하니 농부임에 틀림없다)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여행의 순서는 웅도의 물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웅도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섬으로 물이 들게 되면 갈 수 없다. 하루 두 차례 6시간씩 웅도는 길을 열었다가 닫는다. 육지 끝에서 500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 섬은 곰이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웅도라고 불리게 됐다.
웅도는 거대한 ‘개펄체험장’이다. 물이 빠진 웅도의 개펄에는 굴과 바지락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펄낙지도 마찬가지. 삽과 고무장화 등을 단단히 준비해간다면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아직 길이 열려 있다면 개펄 너머로 떨어지는 웅도의 해거름을 꼭 감상하고 섬을 빠져 나오자. 바다뿐만 아니라 개펄까지도 황금색으로 물들이는 낙조가 장관이다.
참, 삼길포 여행길에 해월사도 한번 들러보자. 수덕사의 말사로 백제 때 창건된 이 절은 특별한 유물은 없지만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인 사찰이다. 대웅전 현판 옆에 달린 용머리장식이 특이하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당진IC→대호방조제 방향 615번 지방도→왜목마을 지나 대호방조제 건너면 삼길포.
★잠자리: 비치하우스(041-663-0540), 선창펜션(041-664-0166) 등 쾌적한 숙박시설이 꽤 있다.
★먹거리: 삼길포의 자랑은 역시 회다. 우럭, 놀래미, 도다리 등 회가 1㎏에 1만 3000원에서 1만 5000원으로 무척 싸다. 우럭은 양식, 놀래미, 도다리는 자연산이란다. 선상횟집에서 먹는 회맛이 일품이다. 횟감을 손질하고 남은 것들은 선착장 앞 아무 음식점에나 가져가면 매운탕을 끓여준다.
★문의: 삼길포번영회(http://www.samgilpo.com) 011-9833-4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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