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허리는 온통 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븟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발걸음도 시원하다.'(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중에서)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들녘은 지금 온통 하얗게 변했다. 지난달 초 파종한 메밀이 일제히 꽃을 피우고 있기 때문이다. 봉평면 일대는 영동고속도로 장평IC를 통해 들어가는 들머리부터 온통 메밀밭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7만여 평 늘어난 15만 평에 메밀이 꽃을 피우고 있다. 사람이 사는 마을과 길을 제외하곤 모두 메밀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봉평의 메밀은 원래 9월 초순부터 꽃이 만개한다. 하지만 올해는 수해로 인해 일주일 가량 늦어졌다. 이에 대해 이병열 효석문화제위원회 부위원장은 "매년 중복 무렵에 메밀을 파종하는데 올해는 수해 때문에 조금 미뤘다. 이로 인해 꽃이 피는 시기도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늦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봉평면 일대는 메밀밭뿐 아니라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됐던 장소들이 잘 보존돼 있다. 이효석문학관 주차장에서 가산공원 방향으로 조금만 가면 허 생원과 '성 서방네 처녀'가 사랑을 나눴던 물레방앗간, 조금 옆에는 허생원과 동이가 다투던 충주집, 마을을 벗어나 허 생원이 숨을 헐떡거리며 넘던 노루목 고개, 동이가 물에 빠진 허 생원을 업고 건너며 혈육의 정을 느꼈던 여울목 등에서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허 생원과 같은 장돌뱅이들이 난전을 펼쳤던 봉평장·대화장·진부장·평창장 등도 여전하다. 그리고 2002년 세워진 이효석기념관은 가산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한편 효석문화제위원회는 메밀꽃 개화에 맞춰 8일부터 17일까지 봉평면 일원에서 2006 효석문화제를 개최한다. '메밀꽃과 함께 하는 이야기'를 주제로 올해 8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는 극심한 수해로 고통받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이벤트성 행사를 대폭 줄이고 문학과 전통 민속놀이와 공연 예술 및 체험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청정 자연과 함께하는 자연 프로그램으로 돌다리 건너기, 섶다리 건너기, 소망을 적은 종이배를 띄우는 행사도 마련된다. 그리고 1500여 평의 공간에 펼쳐지는 전통 음식 마당에서는 국수·전병·묵사발 등 메밀 음식 먹을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또 1930년대의 소설 속 모습을 재현한 전통 재래 장터에는 전통 민속놀이 체험 마당이 마련돼 다양한 놀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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