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충남 금산] 12폭포 트레킹

鶴山 徐 仁 2006. 9. 2. 13:19


12폭포로 가려면 구석리 모치마을 앞 봉황천을 건너야 한다. 봉황천은 여름철 물놀이와 캠핑장소로 좋다.


철철철 떨어지는 물줄기만 봐도 늦여름 더위가 싹 가시는 12폭포. 시원한 폭포수에 몸을 담그면 피라미와 송사리떼가 발가락을 간지럽힌다.

말복 넘어 입추까지 지났지만 더위가 기세등등하다. 도무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앉아 있기만 해도 온몸이 늘어지고 땀범벅이다. 엉망이 된 신체리듬이야 그렇다 치고 불쾌지수마저 상한가 없이 폭주하고 있다. 아, 이제 더 이상 참지 말자. 떠나자. 그 소리만으로도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금산 12폭포로. 떨어지는 물줄기에 이 지긋지긋한 여름을 떠내려 보내자.

8월 중순 주말 오후, 폭염 특보가 내렸던 전날보다 덜 더울 거라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별반 다를 바 없던 그날 12폭포로 길을 잡았다.

충남 금산군 남이면 성치산을 따라 난 12폭포. 12개의 폭포가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겠지만 실제로 폭포의 수가 12개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13개라고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10개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폭포의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인 셈이다.

구석리 모치마을 앞 봉황천 징검다리를 건너면 12폭포 트레킹이 시작된다. 예서부터 12폭포까지는 1.6㎞. 걸어서 20분 거리다. 폭포 가는 길 옆으로는 개천이 졸졸 따라 흐른다. 그러나 걷다보면 말라비틀어진 북어포 같던 물줄기는 점점 굵어져 제법 모양을 갖춘다. 성치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지만 험하지는 않다. 아직 제대로 된 경사도 만나지 못했다.

점점 산이 깊어지면서 각종 들꽃들이 반갑게 나와 인사를 한다. 새들의 지저귐도 더욱 요란해졌다. 물소리도 점점 커졌다. 물골이 깊어졌나 생각하며 발걸음을 내딛는데 시야에 들어온 것은 시원스레 쏟아지는 폭포다. 넓은 암반이 폭포 아래 200평 가까이 되는 면적에 깔려 있고, 20m가 넘는 높이에서 장쾌한 물줄기가 쉼 없이 낙하하고 있다. 12폭포 중 첫 번째 폭포다. 해가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자 갑자기 폭포 위로 작은 무지개가 걸렸다. 부서지는 물방울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이다.

폭포 아래 암반은 마치 작은 수영장처럼 폭포에서 내려온 물들을 잠시 가두어 놓고 있다. 어른 허리춤 정도밖에 오지 않는 깊이지만 물놀이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바닥은 매우 미끄러운 편이다. 물속에는 피라미와 송사리떼가 득시글거린다. 처음 물속에 발을 들였다가는 깜짝깜짝 놀란다. 무언가 툭툭 발가락이나 장딴지를 치고 달아나기 때문. 물고기라는 걸 모를 때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여름의 폭포는 찾아온 이에게 건강을 선물로 준다. 어깨가 결린다거나 허리디스크로 고생하고 있다면 ‘물맞이’가 특효다. 몸이 찌뿌드드할 때도 마찬가지. 폭포 아래 가부좌를 틀고 잠시만 앉아 있어보라. 몸이 개운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머릿속 때까지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첫 번째 폭포 좌측으로 성치산 성봉 등산로가 나 있는데 이 길은 곧 12폭포를 이어주는 길이기도 하다. 등산로 옆으로 계곡이 흐르고 군데군데 폭포를 이룬다.

사실 이곳의 폭포는 포항 내연산의 ‘열두폭포’와는 사뭇 다르다. 내연산의 경우 주변이 잘 정돈돼 있고 열두 개의 폭포가 뚜렷이 나타나는 반면 이곳의 폭포는 그렇지 못한 것들이 더러 있다. 썩 훌륭히 그 자태를 뽐내는 것들도 있지만 간혹 폭포라고 하기에 민망한 것들이 있어서 번호를 매겨야 할지 고민이 된다.

12폭포에는 옛 묵객들이 바위에 남긴 글씨가 아직도 남아 있다. 첫째 폭포 머리 위 암반에는 ‘무성한 대나무처럼 쏟아지는 폭포의 물가 골짜기’라는 뜻을 지닌 ‘죽포동천’(竹浦洞川)이란 글이 씌어 있고, 몇 번째인지 모를 폭포에는 ‘명설’(鳴雪)이라는 글씨가 또렷이 박혀 있다. ‘눈발이 휘날리며 우는 것처럼 계곡물이 소리 내어 운다’는 비유의 뜻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또 어딘가에는 폭포 물소리가 마른하늘에 우레 같다는 ‘청뢰’(晴雷), 폭포수의 모습이 은하수가 쏟아지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의하’(疑河)라는 글귀가 있다. 모두 12폭포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들이다. 그저 물줄기만 보고 말 것이 아니라 폭포에 새겨진 이런 글귀들을 찾아가며 옛 묵객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 할 수 있겠다.

12폭포를 둘러보다보면 어느 하나쯤은 마음에 꼭 맞는 폭포가 있을 터, 그곳이 바로 자신만의 피서지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보니 사람도 거의 없어 폭포 하나가 온전히 내 차지다. 땀에 찌든 옷을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첨벙 뛰어들어도 뭐라 할 이 하나 없다. 특히 위쪽 폭포로 갈수록 인적이 드물기 때문에 나만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만약 마지막 폭포까지 모두 보았다면 길은 두 가지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느냐 아니면 산을 넘느냐. 몸도 컨디션을 되찾았다면 성봉을 넘어 보석사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코스를 적극 권한다.

648m의 성봉은 무자치골의 수원이 되는 봉우리다. 마지막 폭포를 뒤로 남기고 30분쯤 걸어 오르면 정상. 좌우로 깎아지른 듯한 낭떠러지와 기암괴봉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에서부터 보석사 주차장까지는 1시간 30분쯤 걸린다. 산행은 그리 어렵지 않다. 산 자체가 그다지 높지 않은 데다가 험한 코스도 거의 없다.

금산읍에서 약 9㎞ 떨어진 진악산(732m) 남동쪽 기슭에 자리한 보석사는 신라헌강왕 12년(866년)에 조구대사가 창건한 절로 교종의 대본산이자 한국불교 31본산의 하나다. 지금의 건물은 임진왜란 때 소실됐던 것을 명성황후가 중창한 것이다.

보석사 대웅전의 불상들은 조각 수법이 워낙 섬세하고 뛰어나 조선시대 불상 가운데 최고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웅전과 함께 보석사를 상징하는 또 하나는 은행나무. 무려 1000년이 넘은 은행나무가 보석사 앞에 늠름히 서 있다. 비록 늙고 병들었지만 올해도 파란 잎을 밀어 올렸고 이제 가을이 되면 샛노랗게 변하면서 아름다움을 발산할 것이다.

보석사의 큰 자랑 중 하나는 전나무숲길. 일주문에서부터 보석사까지 이어지는 400m 남짓한 이 길은 오대산 월정사, 변산 내소사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전나무숲길’로 꼽을 만하다.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이열종대로 도열하는 숲길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여행안내

★길잡이: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금산IC→68번 지방도(금산 방면)→중도사거리에서 우회전 후 다시 삼거리에서 좌회전 13번 국도(보석사 방면)→보석사 입구 지나 용수목 삼거리에서 우회전→55번 지방도 타고 달리다 보면 좌측 강가에 이정표 보임.

★잠자리: 12폭포 주변에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다. 가까운 금산읍이나 부리면으로 나오면 잠자리를 해결할 수 있다. 금산읍에는 장급여관과 모텔이 많다. 부리면에는 리버빌펜션(041-753-7067)과 블리스펜션(041-754-5895) 등이 있다.

★먹거리: 금산의 특미는민물고기음식. 도리뱅뱅이와 매운탕도 맛있지만 역시 어죽이 최고다. 금강에서 잡은 붕어, 배가사리, 피라미 등 민물고기에 수제비, 국수, 시래기를 넣어 걸쭉하게 끓인 것이 바로 어죽. 지레 비릴 것이라 생각되지만 오히려 고소하고 담백하다. 적병강변에 있는 종가집’(041-752-0229), 저곡리 ‘금강가든’(041-752-7525) 등이 유명하다. 인삼어죽 5000원, 도리뱅뱅이 1만~1만 5000원.

★문의: 금산군청(http://www.geumsan.go.kr) 041-750-2225, 남이면사무소 041-753-1301

김동옥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