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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위 논문 지도 및 심사는 일반적으로 5명의 교수가 맡는다. 지도교수 1명에 부심 4명이다. 부심 4명 가운데 1∼2명은 다른 대학 교수로 위촉된다.
지도교수는 해당 분야에서 이름있는 중견 교수가 맡는다. 부심은 지도교수가 지명하는데 자신의 손과 발처럼 일해줄 후배 교수 가운데서 뽑는다. 외부 교수진은 심사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위촉되나 신세를 진 교수들이나 자기와 친분이 있는 교수를 내세우는 관계로 논문 심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이들 가운데 실제로 논문작성을 지도하는 교수는 제1부심이 맡는다. 제자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병준 부총리도 당시 제자 박사학위 논문지도의 제1부심이었다.
고참교수와 신참간의 상명하복 관계가 군대를 능가한다는 교수사회에서 부심은 연구주제 설정에서부터 자료수집을 위한 설문지 작성에 이르기까지 등 제자의 논문 체계를 세우는 데 적지않은 시간을 빼앗기게 돼 논문 지도과정에서 학문적 유혹에 빠지기 십상이다. 지도교수가 ‘명예’를 챙긴다면 부심으로서는 제자를 지도하면서 자기 논문이라도 한 편 만들겠다는 ‘보상’ 심리에 빠진다는 것이다.
A교수는 “제자에게 데이터 수집과 연구를 맡기고 그 결과를 자신의 논문에 활용하는 교수가 많다.”면서 “김 부총리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성급하게 한 것 같다. 박사 학위를 준 다음에 연구성과물을 공저 형식으로 학계에 내놓았더라면 논란에 휩싸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새가슴은 공저로 이름을 올려준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이공 분야처럼 논문을 지도교수와 박사과정 학생과 공저로 논문을 내는 경우가 있다. 박사과정생이 독자적으로 작성하는 논문이라 하더라도 ‘지도’를 근거로 지도교수의 이름을 올려줄 것을 은근히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제자의 학위논문을 고리로 해서 교수업적 평가에 대비, 자신의 논문 편수를 늘리려 한다는 것이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교수가 이사라도 가면 이삿짐을 날라야 하는 게 제자들이다. 교수님은 절대자”라고 꼬집었다.
논문작성을 위한 연구에 후배교수나 박사과정 연구원을 동원해서 하는데 이 경우, 원칙적으로는 제자 이름을 함께 저자에 올려야 하는데 마치 자신이 작성한 것인 양 자기 이름만 올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수들이 제자 이름을 자신의 논문에 올리는 경우는 제자들로부터 나중에 뒷말이 나올 것을 우려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자기복제에 자기표절도
자기가 종전에 발표한 논문을 새로운 논문인 양 그대로 다시 발표하는 ‘자기 표절’도 문제다.
한국학술진흥재단과 프랑스어문교육학회는 2003년과 2004년 프랑스어문교육학회지에 실렸던 모 교수논문이 이전에 다른 학술지에 실렸던 논문과 동일논문 또는 유사논문으로 확인, 해당 교수의 회원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자기복제는 종전에 발표했던 박사 학위 논문을 토대로 새로운 유사 논문을 여러 편 양산하는 경우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