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나라입니다.
그들의 태양은 금으로 불을 놓듯 합니다.
맞은편 방의 한국 청년이 한국으로 전화를 거는 소리가 새벽
2시 반이면 들립니다.
앰블런스나 패트롤카의 싸이렌이 간헐적으로 들려올 때마다 뒤척이게 되니 깊은 잠을 이룰 수 없는 한국의 반대편
땅입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닭 울음에 깨어나 커피농장으로 떠날 준비를 합니다. 이 하숙집의 샤워실은 천장까지 3미터 이상은 될 듯한
높은 곳이니 키 큰 내가 하늘 쳐다보듯 높이 머리를 치켜들고 샤워하는 시간이 마냥 즐겁답니다.
땀은 씻겼건만 마른 몸에 남은 석회질은 물맛
좋은 한국이 간절해지기도 하는 목욕시간입니다.
깜깜한 거리를 신호등이나 횡단보도 무시한 채 건너는 멕시칸들.
차선사이를 비집고 달리는 택시. 도둑 당한 사이드밀러가 없어도
무한질주하다 앞이 막히면 거친 클랙슨을 빵빵거리는 여기 멕시칸 드라이버.
동이 트기도 전에 코끝이 매워지고 혀끝이 아려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대륙의 아침이 느린 능선 위로
솟아오릅니다.
빈부의 차이가 크다는 말은 여기 주유소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페멕스(PEMEX) 라는 기업이 나라안의 주유소를
독점하고, 기름 값은 싸나 마시는 물 값은 비싼나라.
우리나라 수돗물을 보리차처럼 끓이게 되면 주전자 밑바닥이 시커멓게 변하는 석회수의
나라.
금빛으로 열어 가는 하늘을 등진 고속도로 갓길에는 드문드문 이들의 석회수를 내리게 하는 이동카뻬가 있습니다. 한 손에 커피 컵을 든
그들이 언제 어디서든 있습니다.
입체로 하나 없는, 곧기만 한 고속도로 곳곳에 톨게이트가 있어 80빼소나 때로 40뻬소, 우리 돈으로
9000원 5000원 정도의 비싼 통행료를 받습니다.
가까워 신성하다던 우리나라 산이 아득하기만 한 대륙의 산.
능선은 느리고 디에고리베라의 무랄같은 담채의 빛을 띤 먼
산.
남쪽으로 내려가는 도로는 고막을 누르는 기압의 높이로 달립니다.
이미 동이 턴 하늘아래 펼쳐지는 너른 평원.
드물게
솟은 나무들만이 이 땅의 생명을 보여주듯 끝없는 들판은 땅을 무겁게 누르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군락과 대비되어 넓디넓은 땅덩어리가 부럽기만
합니다.
뿌에블라로 가는 길은 산맥을 따라 점점 높이 오르고 따라 달리는 평원에는 고흐의 그림처럼 밑둥치부터 무성한 잎들이 미친년 머리
풀어헤치듯 마구 자라난 나무들이 떼를 이룹니다.
오른편 설산이 후지산보다 더 멀리 더 높게 우리를 따라옵니다.
바깥 기온이
영하 가까이 떨어진 듯 차창에 김이 서립니다.
배낭에서 긴 팔을 끄집어 내 겹쳐 입으려니 ,
' 아이구 맙소사 ' 눈을 부릅뜬 검은 소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기에 그렇잖아도 여기 치안문제로 겁을 받던 근간이라 얼마나
놀랬던지,
광고 간판인 멕시칸 들소 조형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변에 저런 큰 들소를 세운다면 어울릴까... 아닐 것
같아요. 저 들소도 완만한 능선의 먼 산이라야 배부르게 제 자리를 찾고 서 있겠지요.
뿌에블라(PUEBLA)를 지나면 미친년의 풀어헤친
나뭇결이 잦아들고 선인장의 마을이 나타납니다.
멕시칸의 터질 듯한 배와 삐쳐 나온 엉덩이는 선인장둥치나 몇 아름의 나무등걸과 조화로운
자연의 합치이겠지요.
거대한 선인장의 촌락을 지나면 위도 17도에서 단장된 침엽수림의 열병은 기대조차 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산을 오르고 내립니다.
도로의 곳곳에 십자가가 세워지고 하얗고 빨간 깃발이 펄럭입니다.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천애지각으로 떨어져 사체조차 찾지 못한 그들의 가족이 이 자리에 세운 추모비입니다.
한계령요?
그래도 산의 뿌리를 짐작할 수 있는
한계령에 비하다니요. 굽이가 잦게 돌아 이리저리 흔들리던, 연초에 설악을 넘던 일을 떠올립니다.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구름 속의
마드레(MADRE)산맥은 굽이마다 느릿하게 감돕니다.
껴입었던 웃옷을 벗어 던지게 하는 더위가 축축하게 찾아왔습니다.
전선줄에
밤송이 같은 기생식물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바람을 따라 다니던 홀씨들이 전선에 자리잡고 둥지를 틀고 크기를 부풀려갑니다.
시골
꼬르도바(CORDOBA )의 첫 대면입니다.
부에나스
따르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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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농장으로
떠나던 길에 담은 풍경입니다.
대체 멕시코에 있는 것인지, 한국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
가늠이 되질 않지요?
메일을 이렇게 잦게
보낼 수 있다니 나도 생각지 않았던 일이랍니다.
아침은 추워 두터운 옷을 꺼내입고
낮에는 흐르는 땀으로 훌렁 벗어야
하고.
일교차가 참말 커요.
바탕에 까는 이 색깔은 멕시코의 색입니다.
다시 만나요. 아디오스.
2004년04월29일 09:30에 등록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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