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지만 덥지 않은 나라 멕시코입니다.
소리와 빛깔 그리고 냄새의 나라입니다.
멕시코시티의 공항에 내려서자 손님을 끌어대는
택시운전사들의 휘파람소리부터 멕시코의 진동은 시작됩니다.
입술에 손가락을 모은 채 휙 불어대는 우리의 휘파람은 곱고 댓바람이 스치는
소리이지만, 두 손은 리어카를 끌고 운전대를 잡고도 입술을 바짝 붙여 뱃속에서 강한 바람을 밀어 부는 그들의 휘파람.
렌트한 차로 달리는
거리에서 잠시 주춤하면 뒷차들이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클랙숀, 조여 맨 허리띠 위로 흘러내리는 뱃살의 경찰관이 불어대는 호르라기도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소리의 한 몫입니다.
양옆으로 늘어선 들쭉날쭉한 건축의 예술미가 장관인 다운타운 거리를 걷다보면 마리아치라는
악단의 소리도 빼놓을 수 없는 멕시코의 소리입니다.
어코디언, 섹스폰, 그리고 중남미대륙의 고유악기인 기타 , 피리 ,드럼과 같은 악기들로
이루어진 마리아치는 다운타운거리뿐만 아니라 시장 띠아깅스 에서도 어디서고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그들만의
멋입니다.
다운타운근처 쏘나로사에 있는 한국인하숙에서 머문 며칠의 아침은 한국의 참새처럼 생긴 작은 멕시코 텃새들이 물방울을 튀기는 듯한 노래로 새벽잠을 깨웁니다. 간밤에도 밤새 앵앵거리는 모기소리에 이어 앰블런스는 그리도 잦게 울리며 지나가는지.
소리로 시작하고 소리로 밤을 새는
멕시코입니다.
애니깽의 후예가 꾸리는 하숙집은 콩가는 소리로 뜨거운 햇살의 아침을, 3층
하숙집을 우르르 떨게 합니다. 한국을 떠난 것도 억울한데 멕시코에 와서도 시골에 들어가 살 수 없다는 하숙집 주인아저씨는 한국인 사무실에
도시락과 만두 납품을 합니다. 두부를 만들어 파느라 온 종일 콩가는 소리가 나무계단을 ,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운 침대를 드르륵 떨리게
한답니다.
지금도 멕시코의 라디오 방송에서 나오는 경쾌한 리듬이 지하에서 3층까지 들려오는 토요일 오후의
한때입니다.
두부를 만드는 젊은 청년 마리오는 잠시도 노래부르기를 멈추질 않습니다.
색, 빛깔..
멕시코의 먹거리인 또르띠아에 얹어먹는 소스인 살사들에서 그들의
색채는 시작됩니다.
빨갛고 짙은 초록의 칠리와 노란 호박꽃의 삼원색으로부터 과일도 짙은 원색이나 하얗거나 까만 원색의 행진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멕시코다운 멕시코입니다.
공항에 내려서자 진초록 나뭇잎과 짙은 보라색의 꽃나무 히까란다는 검은 그들의 얼굴을
휘파람 속에 드러내고, 다운타운으로 들어서는 가로변에 빈 벽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낙서의 벽화들. 이들의 낙서와 원색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이
민족의 강한 기질을 엿보게 합니다.
터질 듯한 가슴과 흘러내리는 뱃살, 울룩불룩한 엉덩이를 감싼 옷은 검은 피부빛깔을 선명히 드러내는 파랑
빨강 노랑의 물결입니다.
원색의 강렬함에 취하다보면 중간색이 그리워지기 마련입니다. 이 무렵 찾은 벽화
무랄.
디에고리베라의 무랄, 벽화는 대통령궁이 국기하강식을 끝내고 문닫을 즈음까지 발을 떼지 못하게 하던 색과
형상입니다.
무당색 같다고 대체로 꺼려하는 우리의 사찰 단청보다 부드러운 원색의 천연염료로 그린 디에고리메라의 벽화 무랄은 들뜬 낯선
나라에서 안온함을 주는 빛깔입니다.
역시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는 인간의 착한 본성을
일깨웁니다.
앙헬탑의 하늘로 오르는 천사는 금빛 날개를 번쩍이며 곳곳에 그들의 금이 섞인 건축물에서
찬란했던 문명의 흔적을 알립니다. 다만 스페인의 잔재가 아직도 여기저기 남아서 그들의 식민 300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백인사이에 태어난
혼혈 메스띠조가 이들의 신분상승에 수단이 된다고 합니다. 단일민족의 자긍심을 가진 식민36년의 우리 민족을
돌이키며 멕시코 치하가 아직도 거리를 열병하는 조각품으로 볼 수 있었지요.
예술을 주거로 이끌어내는, 하나가 같지 않은, 모두가 다른 그들의 색은 건축물을 거리의
장관으로 만들어냅니다.
뼈로 만든 원주민의 머리띠와 목걸이는 달라붙은 검은머리와 굵게 주름진 목에서 뜨거운 햇살을 받고, 맨발의 발목에
걸린 열매껍질은 지는 해에 바래고 있습니다.
듣고 보는 것이 이틀 간의 여정이었다면 사흘이 되어서야 이 나라를 동물적 후각으로
알아냈습니다.
따꼬의 소스인 빠빨로 가 멕시코의 냄새입니다.
스치는 멕시칸의 옷깃에서, 택시의 좁은 자리에서, 마리아치의 젖은
머리에서, 옥수수의 칩에서, 세수할 때 문지른 거품에서, 머리를 감는 샴푸에서, 이제는 사흘만에 내 몸 구석구석에 그들의 향료가
배어듭니다.
우리나라 가락시장과도 같은 센뜨랄로 에바쓰또라는 중앙시장의 끝없는 시장 통에서도
멕시코의 냄새는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내 몸을 훑어갑니다.
2004. 4. 22 꼬레아나 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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