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은 이웃한 정선과 함께 수려한 자연경관으로 이름높다. 하지만 조선조 6대왕이던 어린 단종이 유배되어 비참한 생을 마친 역사의 슬픈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벌써 5백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영월 곳곳에는 청령포, 장릉, 관풍헌, 자류루 등 단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유적들이 많이 남아 있다.
단종의 숙부인 수양대군은 왕위를 빼앗고자 나이 열여섯밖에 안 된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봉시켜 1456년 영월땅의 외딴섬인 청령포로 유배시켰다. 청령포는 서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이루고, 동남북 3면은 서강의 강줄기로 막혀있는 천연감옥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배를 타야만 건너갈 수 있는 청령포에 가면 우선 단종이 머루르던 옛 집터인 단묘유지비가 작은 비각 안에 모셔져 있다. 그 비각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청령포금표라는 비석이 하나 있는데 '동서로 300척, 남북으로 490척은 왕이 계시던 곳이니 뭇사람들은 들어오지 말라'는 출입금지 푯말이다. 봉우리에 오르면 단종이 해질 무렵 이곳에 올라 한양의 궁궐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고 하는 노산대가 있다.
청령포의 우거진 솔밭 사이에 유독 우뚝 솟은 소나무, 관음송이 있는데 이 나무는 키가 30m나 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소나무로 단종의 비참함을 보았고(觀), 단종의 울음을 들어(音) 붙여진 이름이다. 수령이 6백년이나 되었으니 단종을 지켜본 유일한 생명체인 셈이다.
소나무도 절을 하는 장릉
청령포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단종은 홍수를 피해 현재의 영월 시내 한복판에 있는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긴 적이 있는데, 이곳에서 1457년 세조가 보낸 사약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만다. 세조는 단종의 시신을 거두는 자가 있으면 삼족을 멸하리라는 엄명을 내려 아무도 거두는 자가 없었으나 영월호장이었던 엄흥도가 한밤중 아들과 함께 몰래 시신을 거두어 묻었으니 이곳이 바로 오늘날의 장릉이다.
엄흥도는 단종의 영구를 메고 산 속으로 향하다 노루가 누웠다 간 자리에만 눈이 쌓이지 않아 그곳에 시신을 묻었다고 하는데 그 자리가 마침 천하의 명당이라고 한다.
영월군에서는 해마다 한식날이면 단종에게 제를 지내고 문화행사를 곁들인 '단종제'를 열어 이 지방의 전통적인 향토문화제가 되었다. 영월읍에 있는 장릉은 사적 제196호로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는데 묘하게도 소나무들이 모두 묘를 향해 절을 하듯이 가지들이 틀어진 것들이 많다. 이곳에는 단종의 무덤말고도 단종으로 인해 희생된 충신들의 위패를 공동으로 모신 충신각, 제사지낼 때 제물을 차려놓는 배식단, 제사지낼 때면 불이 더 풍부해지는 영천, 제사를 지내는 중심 건물인 정자각, 단종의 비애를 기록한 단종비각 등이 있다.
김삿갓이 방랑 멈춘 와석리
단종의 발자취를 따라 보고 난 뒤에는 산자수명한 영월의 자연을 구경할 차례다.
주천강을 따라 무릉리로 들어가면 법흥사와 함께 요선정(邀僊亭)이라는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을 볼 수 있다. 물방울처럼 생긴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마애여래상도 특이하지만 바위 뒤의 깍아지른 듯한 절벽과 그 아래로 흐르는 주천강의 모습이 일품이다.
조선 후기 양반 관료들의 탐욕과 부패를 조롱하고 풍자하며 방방곡곡을 다니며 기행을 일삼던 김삿갓이 마지막으로 정착한 곳이 바로 영월이란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영월읍에서 동남쪽으로 영월 화력발전소, 고씨동굴, 와석재를 지나 와석리 입구의 산길을 따라 4km쯤 올라가면 김삿갓의 묘와 비가 세워져 있다.
김삿갓이 영월땅에 묻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82년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가는 길이 험해서인지 사람의 발길이 뜸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김삿갓 묘비 일대의 자연이 워낙 빼어나 최근들어 트래킹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숙식
영월읍에는 좋은 시설의 장급 여관이 여럿 있다. 평창은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물에서만
사는 송어 양식으로 유명하다. 송어회와 매운탕이 별미. 장릉 옆에 있는 30년 역사의 '장능보리밥집(033-374-3986)'의 보리밥 역시
영월이 자랑하는 맛집이다.
가는방법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장평교차러를 거쳐 평창쪽으로 가거나, 영동고속도로 남원주 I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들어가
신림 - 주천 - 영월로 가도 된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 강릉, 원주, 평창, 대전, 충주, 춘천 등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하거나 태백선 열차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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