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개심사
해우소(위), 천수만의 지류인 해미천을 찾아온 고니떼.
천수만 가창오리들의 군무.
천수만에
올해도 어김없이 철새들이 돌아왔다. 노을을 등지고 ‘깨깨’ 거리며 하늘을 뒤덮는 가창오리와 이 추운 겨울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활공하는 고니, 언제나 자신들의
행렬을 유지하는 큰기러기들. 어느덧 철새의 정거장으로 탈바꿈한 겨울의 천수만은 자신의 몸을 내어 새들의 지친 날개를 보듬는다.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에 철새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진 않다지만
천수만은 여전히 철새들의 낙원이다.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일대. 기다란 두 개의 방조제가 바다를 막아 호수를 만들었다. 그
길이만도 무려 8km. 1984년 천수만 간척사업 결과, 15만5천ha(약 4천8백만평)의 바다가 호수와 농지로 변했다. 호수 주위에는 갈대가
자라고 수확이 끝난 농지에는 벼 알갱이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새들은 자연적으로 이곳에 하나둘씩 날개를 풀기
시작했다.
천수만에는 총 13목 44과 2백65종의 철새와 텃새가 서식하고 있다. 이 중에는 큰고니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이 28종,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위기종 10종, 물수리 등 환경부지정 보호종이 32종이나
된다. 그만큼 천수만이 조류서식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의 ‘대표철새’로는 가창오리와 황새 등을 들 수
있다. 가창오리들은 어느덧 천수만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데 그들의 군무를 본 사람들이라면 황홀경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해질녘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그들이 춤을 출 때면 넋이 나가고 만다. 마치 벌떼처럼 몰려들어 여백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까맣게 하늘을 뒤덮는
가창오리떼. 바람을 따라 물결이 움직이듯 오리떼들도 그렇게 하늘에 ‘물결’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그 장관을 보기 위해 천수만을 찾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황새는 천수만 방조제를 달리다보면 종종 볼 수 있는데, 인근 어촌마을의 작은 배들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거나
겁 많은 녀석들은 갈대밭에 숨어 머리만 비쭉 내밀고 있다. 인기척이라도 들릴라치면 그 큰 날개를 저으며 날아오르는데 급히 날아오르는 그
모습마저도 아름답다.
천수만은 방조제를 따라서 차를 달리다 어느 곳에서든지 잠시 차를 세워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러나 방조제 위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의 종류는 한정돼 있고 그 수도 그리 많지는 않다. 제대로 철새들을 관찰하려면
천수만 간월호와 부남호를 껴안는 농로를 따라 탐조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서산 A방조제는 간월호를 만들고 B방조제는 부남호를
탄생시켰는데, 간월호가 2천1백64ha로 부남호의 1천21ha에 비해 두 배 이상 넓다. 이 일대에서는 갈대숲 사이로 각종 희귀조류들을 볼 수
있고 또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철새 탐조여행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새들은 주변 환경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후각과 청각이 극도로 발달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자연색에 가까운 옷을 입는 게 필요하다. 반드시 같은 색깔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원색적인 옷은 삼가야 한다. 또한 여성들은 화장품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들을 보려면 그들의 환경을 지켜주는 것이
원칙이다. 천수만에 찾아온 새들은 손님이 아니라 이 계절만은 주인이다. 새들의 아름다운 자태와 날갯짓에 감탄하는 우리 인간은 이곳에서만큼은 그저
나그네일 따름이다.
천수만에 갔다가 간월도를 빼놓는다면 허전한 여행이다. 태안방면으로 천수만 A방조제가 끝나는
지점에서 좌회전하면, 물이 들면 섬이 되고 물이 빠지면 뭍이 되는 간월도와 만난다. 이 섬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창건한 ‘간월암’이 있다. 달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간월암이고 섬 이름도 이
암자에서 땄다.
사실 간월도는 섬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하다. 그 크기가 2백여 평쯤 될까? 간월암이 간월도의 전부인 셈이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말길.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는 그 어느 곳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이곳 일대는 어리굴젓으로 유명하다.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진상품으로 보냈다고 할 정도니 그 맛은 보증된 셈. 또한 서해바다답게 각종 조개도 많이 나는데 간월도 앞 선착장
일대는 조개구이집이 즐비하게 도열해 있다. 싱싱한 조개와 어리굴젓의 비릿함이 코를
간질인다.
[여행안내]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29번 국도 서산 방향→40번 국도
안면도 방향 좌회전 후 직진→천수만
▲먹거리: 천수만 자연산 굴로 밥을 지어 맛이 좋기로 소문난
전망대회굴밥집(041-663-9121)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A방조제 인근 창리에 있다. 이곳에서는 꽃게장굴밥, 영양전복굴밥 등 밥종류와
갯벌낙지, 자연산 활어회 등도 맛볼 수 있다.
▲숙박: 천수만 A방조제 간월도 입구에
남문토방펜션(041-664-5079)이 있다. 간월도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독채형 펜션으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하다. 또
천수만 인근에는 작은 어촌마을들이 여럿 있는데 창리도 그 중 하나다. 이곳에는 숙박과 함께 횟집까지 겸하는
천수만펜션타운(041-664-4800)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