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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허준영 경찰청장 전격사표

鶴山 徐 仁 2005. 12. 29.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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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사망과 관련 사퇴 압력을 받아오던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오전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전격 사표를 제출했다.

허 청장은 이날 "연말까지 예산안 처리 등 급박한 정치현안을 고려, 평소 국가경영에 동참하는 치안을 주창했던 저로서는 통치에 부담드려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사퇴의 변을 담은 발표문을 통해 밝혔다.

허 청장은 그러나 "(이번 농민사망이)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에는 변함없다"고 소신을 유지했다.

수사권 조정문제와 관련해 허 청장은 "경찰과 검찰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영시스템상 견제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성역을 없애자는 것이므로 국민 여러분의 각별한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새해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국민의 고막을 찢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또 "평화적 집회시위 관리를 위한 대책마련에 있어 보강이나 관련법규의 강화는 오히려 과격시위를 부추길 수 있다. 결국은 문화다. 거국적으로 뜻을 모아 평화적 집시 문화를 꼭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난 농민들의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 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불상사지만 결과적으로 농민 두분이 돌아가신 데 대해 비통하게 생각한다"며 "병상에 있는 전ㆍ의경, 농민의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임 발표문은 이날 새벽 허 청장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허 청장은 이날 아침 출근길에 취재진의 거취에 대한 질문에 "잠을 잘 시간이 없었다"라며 고민의 일단을 드러냈고 "언론에 기사가 제대로 나가지 않아 (더)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이날 오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일회의를 주재했고 이어 자신의 신년메시지가 담긴 영상물 시연회에 참석했지만 사퇴를 밝힌 뒤 경찰청사 9층 청장실에 머무르며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있다.

외무고시 출신 1호로 1984년 경찰에 입문한 허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을 역임한 뒤 올해 1월 경찰인사와 관련해 사표를 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경찰총수자리에 올랐다.

허 청장의 사표가 수리될 경우 2003년 12월 도입된 경찰청장 임기제는 최기문 전 청장에 이어 연달아 지켜지지 않는 셈이 된다. (서울=연합뉴스)
  2005.12.29 11:25 입력 / 2005.12.29 14:54 수정

 

 

 

 

[허준영 경찰청장 사표 배경과 파장]

국정현안·통치권 고려 결단 분석
농민사망에 따른 자진사퇴 압력에 맞서온 허준영(52) 경찰청장이 취임 11개월만인 29일 오전 결국 사표를 제출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농민 사망 조사결과 발표가 있은 지 사흘만에,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틀 만에 사퇴 뜻을 밝힌 것이다.

허 청장의 사표가 처리되면 그가 역대 어느 청장보다 강력히 추진해온 검ㆍ경 수사권 조정 작업에 영향은 물론 곧 있을 경찰 고위간부 인사에도 파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 사표 배경 = 허 청장은 28일 밤까지만 해도 "결코 사퇴 불가라는 입장을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농민단체와 야당, 심지어 여당인 열린우리당까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자 생각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여당은 예산안 처리,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등 처리를 위해선 야당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의사일정 협력의 전제조건으로 '경찰청장 탄핵'을 내세운 것이 결정타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허 청장이 사임의 변에서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은 아니지만 연말까지 예산안 처리 등 급박한 정치 현안을 고려, 통치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힌 점은 이런 추정을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허 청장의 '소신'을 지지했던 청와대가 연말 국정운영이 정상화되지 않자 이날 국회 정상화를 위한 허 청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언질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또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경찰청장에 대한) 문책인사를 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지 않는 것 같다. 나머지는 정치적 문제인데, 대통령이 권한이 있지 않으면 본인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허 청장의 결단을 촉구했고, 이해찬 총리 역시 경찰청장의 자진 사퇴를 암시하는 발언을 한 것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 밀듯 밀려드는 압박에다 '인권경찰'을 표방한 경찰 운영의 큰 그림이 농민사망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자 밤샘 고민 끝에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과 수사권을 놓고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 총수로서 자리를 고집하는 게 장기적으로 조직 전체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허 청장은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에는 변함없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새해에는 목소리 큰 사람이 국민의 고막을 찢는 일은 없길 바란다"며 불편한 심기도 숨기지 않았다.

어쨌든 경찰은 집회에 참가했던 농민의 사망으로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등 핵심 수뇌부 2명이 모두 옷을 벗어야 하는 위기에 몰린 셈이 됐다.

◇ 파장 = 경찰 창설 60주년에 맞춰 취임한 허 청장이 경찰의 숙원이었던 검ㆍ경 수사권 조정에 '올인'하다 시피했던 점을 감안할 때 사표 제출에 대한 경찰의 우려는 매우 깊을 수밖에 없다.

수사권 조정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결론 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후임 청장이 허 청장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허 청장이 조직 내부에서 신망이 두터웠고 이를 기반으로 역대 어느 청장보다 경찰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다는 점에서 그의 '불명예 퇴진'에 따른 경찰의 실망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농민사망 문제가 불거지자 경찰 내부에선 허 청장의 책임론보다 '폭력시위를 한 쪽에도 책임이 있다'며 사퇴 불가를 외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문제가 허 청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지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추진력과 과감성 면에서 허 청장 만한 인물이 없지 않겠느냐"고 안타까워 했다. (서울=연합뉴스)
  2005.12.29 13:46 입력